[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작은 책, 큰 울림… 환경 관련 첫 교황회칙 佛서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를 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2013년 말 펴낸 교황의 사도적 권고인 ‘복음의 기쁨(Evangeli Gaudium)’이 지구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올해 6월 18일 출판된 교황의 환경에 관한 회칙인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사진)’까지 출판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출간 두 달 만에 프랑스 전역에서 10만 부 판매를 가볍게 넘어섰다. 더구나 교황청이 인터넷을 통해 전문을 무료로 공개했는데도 서점가에서 구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더욱 특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황의 회칙은 주교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세계 가톨릭교회와 10억 명의 가톨릭 신자에게 전파되는 사목 교서다. 181쪽 분량의 이번 회칙은 환경 문제를 다룬 가톨릭교회의 첫 번째 교황 회칙이라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회칙은 모두 6장 246항에 걸쳐 오늘날 지구와 인간이 겪고 있는 환경 문제를 성찰하고 회개와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번 환경 회칙은 신이 창조한 자연환경과 인간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종교적 성찰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 교회의 사회적 참여,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상업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등 그동안 교황이 강조해 온 사회적 메시지를 집대성한 문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6개의 출판사가 교황의 새 회칙을 동시 출간했다. 교황청 공식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하면 누구나 출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3.9∼4.9유로(약 5322∼6687원)에 팔리고 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이 빵집에서 파는 바게트처럼 팔리고 있다”며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코드’의 성공에 대한 교황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교황의 환경 회칙은 12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1)를 앞두고 프랑스에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프랑스 최대 종교전문 서점인 ‘라 프로퀴르’에 따르면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연구모임을 하기 위해 단체 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기후변화 특사인 니콜라 윌로는 “유엔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교황의 회칙은 지구적 환경 시스템 위기의 원인을 성찰하게 하고, 각국 정치인의 실천행동에 영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데 ‘뜻밖의 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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