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의 힐링 미술관]즐거운 교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The Children's Class, 장 조프루아, 1889년.
The Children's Class, 장 조프루아, 1889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실에 도착해서도 방학 때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느라 삼삼오오 모여 있을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런 모습은 전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그림 속 어린 학생들을 보세요. 교실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책을 읽는 아이, 뾰족한 연필 끝으로 손톱을 다듬고 있는 아이,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공책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 그 공책을 베끼고 있는 아이 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진지한 모습입니다.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지만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 보이는 것이 이색적이지 않나요?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의 몸짓에서는 애정이 묻어나고 아이들은 딱딱한 규제와 제약에 묶이지 않아 자유롭고 즐거워 보입니다.

새로운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항상 부담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 변화를 앞두고 우리는 항상 두렵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래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상황에 위로도 될 것입니다.

대학생이었던 P 군은 휴학 후 새 학기가 되어서 학교에 가는 것이 걱정되고 두려워서 힘들어했었습니다. 이 그림이 학교생활 시작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실제로 이 그림은 프랑스 교육부가 의뢰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현재까지 프랑스 교육부 건물 내에 걸려 있습니다. 차분한 파스텔 색조의 그림이지만 전혀 어두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발한 교실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 줍니다. 잿빛과 갈색의 배경이 차분하고 수업에 집중된 분위기를 조성하여 아이들의 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이 그림은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 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좀처럼 공부나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심 어린 조언이나 가족의 잔소리, 자신의 다짐보다도, 남들이 열심히 하는 압도적인 풍경 그 자체가 의욕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도 방학 동안 휴식에 익숙해진 몸이 이른 등교 시간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아직 예전과 같은 집중력을 회복하지 못해 머리 아파하고 있나요? 잠시 이 그림을 바라보며 미소 지어 보세요. 새롭게 시작할 의욕과 열정이 조용히 가슴속에 퍼져 나갈 것입니다.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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