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에 대한 최근 백낙청 창비 편집인의 페이스북 옹호 발언이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 편집인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그것(논란이 된 신 씨의 소설 ‘전설’)이 일부러 베껴 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썼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창비의 논의 과정에 참여했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비판은 거셌다. ‘배운 분답게 어렵게 쓰지만 문제는 표절은 나쁘다는 것’, ‘자기반성이 없는 모습’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내부의 모순은 덮으려고 한다”고, 이시영 작가회의 이사장은 “지나치게 창비중심주의적 사고”라고 말했다.
백 편집인의 발언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창비의 현주소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창비가 펴내는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의 책머리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은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에서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여전히 모호한 표현이고,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망설이는 모습이다. 백 편집인의 발언에 대해 창비 관계자들과 전화 연락을 취했지만 말을 아끼면서 함구하는 분위기다.
반면 문학동네는 최근 강태형 대표와 1기 편집위원의 퇴진을 결정하면서 쇄신을 다짐했다. 1일 인쇄된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 서문에서 권희철 편집위원은 “깊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전설’은 ‘우국’의 표절”이라고 명백하게 말했다. 창비와는 다른 모습이다.
문단 권력으로 지목된 두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가 표절 논란 이후 다른 대응을 보이는 것에 문단과 출판계도 주목하고 있다. 시인 A 씨는 “표절에 관한 법적 판단을 떠나 신 씨가 ‘우국’의 문장들을 표절했다는 데 다수가 공감하는데, 백 편집인이 그간 보여 줬던 진보 지식인의 모습이 아닌 뭉뚱그리는 화법으로 신 씨를 편들었다는 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B출판사 대표는 창비와 문학동네의 상반된 행보가 모두 ‘상업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문학동네의 대응은 출판사가 시장 중심으로 성장한 행보이고, 창비의 반응 역시 자사에서 책을 낸 스타 작가를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 30대 소설가는 “더 이상 문학이 ‘우리만의 리그’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좀 더 흩어지고 해체되면서 새로운 문학성이 돋아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