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 붙은 현수막 내용입니다. 이날 용주사에서는 주지 성월 스님의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의혹을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과 사실무근이라는 측이 맞섰습니다. 이 와중에 산문(山門)은 봉쇄됐고, 스님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용주사와 관련해 불교계 인사와 통화하면 대부분 “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용주사뿐 아니라 해인사 등 조계종의 크고 작은 사찰에서 주지 스님이 바뀔 무렵이면 법정 송사(訟事)는 물론이고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개신교 역시 송사에 관한 한 뒤지지 않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다양한 갈등이 불거졌고, 주요 교단장 선거 때면 십중팔구,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소송이 벌어지곤 합니다.
성경은 형제들과 세상 법정에서 송사하지 말고 손해를 보더라도 화해하라고 가르칩니다. 불교는 지도자 선출과 구성원 징계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갈마’라는 대중공의제적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조계종이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대중공사(大衆公事)’를 요식 행위라며 비판하지만,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발언하고 뜻을 모아 대소사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불교의 평등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종교계가 요즘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교리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법정은 가깝고, 화해는 먼’ 실정입니다.
올해 2월 발표된 한국갤럽의 성직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2014년 기준의 이 조사에서 ‘우리 주변에 품위가 없거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7%가 ‘매우 많다’(22%), ‘어느 정도 있다’(65%)고 답했습니다. 반면 ‘별로 없다’(12%), ‘전혀 없다’(1%)고 답한 이는 13%에 그쳐 10명 중 9명은 성직자의 자격 또는 자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교를 가진 응답자들의 답변에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불교인 88%, 개신교인 85%, 가톨릭 신자 89%가 품위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속사정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잘잘못의 경중이 있겠지만 ‘닭 벼슬(볏)만도 못한 게 주지 벼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인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면 다툴 시간도 없습니다. 종교인들만 모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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