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의 역사/피터 워드, 조 커슈빙크 지음/이한음 옮김/424면·2만 원·까치
◇생명 그 자체:40억 년 전 어느 날의 우연/프랜시스 크릭 지음/김명남 옮김/
264쪽·1만3800원·김영사
생명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찰스 다윈은 “햇빛이 드는 얕고 따듯한 연못”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1960년대까지도 과학자들은 메탄과 암모니아로 이뤄진 초기 지구의 대기에 물과 에너지가 추가되면 아미노산이 쉽게 합성되고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 따라 생명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유기화합물이 유지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드러났다. 1980년대 심해저 화산지대의 열수(熱水) 분출구에서 생물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계통에 속하는 호열성(好熱性)의 고세균이 발견되면서 이곳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생명 복제와 진화의 키인 RNA가 형성되기에 열수 분출구는 너무 고온이라는 것. RNA는 고온에서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또 RNA를 안정화하는 데 필요한 붕산염 광물이 만들어지려면 액체가 고였다가 증발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하지만 생명이 발생했던 약 40억 년 전의 지구는 거의 전체가 바다로 덮여 있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면 어디서 생명이 생겨났다는 것일까. ‘새로운 생명의 역사’의 저자 조 커슈빙크 등은 생명이 형성된 ‘다윈의 연못’이 고온이었던 초기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바로 화성이다. 최근의 화성 고대 지질사 연구에 따르면 화성은 행성 전체가 바다로 뒤덮인 적이 없었고, 생명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기체 원료도 풍부했다.
우주선도 없는데 초기 생명은 어떻게 지구로 왔을까?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이뤄진 실험들은 화성에서 나온 운석이 열에 멸균되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생명은 생명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로 스스로를 보호하다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이 지구가 아닌 외계에서 왔다는 가설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 제임스 왓슨과 함께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이 1970년대 이미 밝혔던 생각이다. 이를 정향 범종설(Directed Panspermia)이라고 한다. 크릭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는 가까운 별에 사는 더 고등한 존재들로부터 은밀히 감시를 받는 처지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크릭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물음은 자연스레 생명의 종말에 대한 상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새로운 생명의 역사’의 저자들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처럼 생명체가 한꺼번에 출현하는 사건이 다시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량 멸종은 온실가스 배출 등에 따라 쉽게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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