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공상과학(SF) 소설 작가인 류츠신(劉慈欣·52)의 소설 ‘삼체(三체·사진)’가 지난달 ‘SF 소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HUGO)상’ 73회 수상자(장편소설 최우수상)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중국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 상의 수상은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이 소설은 지구 밖 4광년(光年·1광년은 초당 30만 km를 가는 빛이 1년간 가는 거리)에 있는 외계 문명인 ‘삼체 문명’과 지구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주요 줄거리다. 지구가 외계인을 발견해 교신하고 접촉한 뒤 대전을 벌이는 과정에 중국이 중심에 있다는 설정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의 자긍심을 자극하고 있다. 큰 상을 받은 것에 더해 이 같은 시기적인 배경도 2008년 출판된 이 책이 다시 서점가를 달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은 ‘지구의 지난 일(地球往事)’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그 후에 2부 ‘흑암삼림(黑暗森林·2008년)’과 3부 ‘사신영생(死神永生·2010년)’이 이어졌다. ‘삼체’는 한국에서도 2013년 번역돼 나왔다. 벌써 ‘삼체’는 올 4월 영화 촬영에 들어가 내년 7월경 개봉 예정이다.
‘문화대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던 시기 중국 군부에서는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비밀 프로젝트 ‘홍안(紅岸)공정’을 진행했으며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던 중 예원제(葉文潔)라는 여성 대원이 4광년 밖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자리’에 지구처럼 생명이 있는 행성을 발견한다. 이곳에 있는 ‘삼체 문명’은 100여 차례의 소멸과 부활을 거치면서 모(母)행성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바로 이때 예원제가 신호를 보내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지구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삼체인들이 방대한 규모의 우주 함대를 이끌고 지구를 침공하기로 하고 지구로 향한다. 지구는 ‘구원파와 강림파’로 나눠진다. 구원파는 삼체 문명이 와서 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고, 강림파는 멸망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1부 ‘삼체’는 여기까지다.
2부. 삼체 문명이 방대한 우주함대를 이끌고 태양계로 들이닥쳐 지구 문명을 깨끗이 없애 버리려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지구에서도 우주함대를 구성한다. 삼체인들은 뇌파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모든 통신 내용이 공개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데 이를 이용해 지구는 ‘면벽(面壁) 계획’을 세워 비밀리에 반격에 나선다.
3부. 하지만 삼체 문명과 비교하면 지구 문명은 마치 아이처럼 이제 걸음마 수준이고 삼체와 경쟁할 능력도 없는 수준인 것이 드러난다. 한 여주인공의 판단 착오로 지구는 멸망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는다.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전체가 3차원에서 2차원인 얇은 한 폭의 그림으로 바뀌어 소멸한다.
류츠신은 휴고상 수상 이전에도 “단기필마로 중국의 SF 소설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SF 소설 은하장’ ‘자오수리(趙樹理)문학상’ ‘화위(華語) SF성운(星雲)상 장편소설 최고상’ 등 많은 상을 휩쓸었다.
‘휴고’상은 ‘SF 잡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휴고 게른스백이 1953년 세계공상과학대회에서 제정한 뒤 매년 ‘세계과학소설협회(WSFS)’가 수여하는 상이다. 회비를 내는 협회 회원의 추천과 투표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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