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크기 ‘우물모양 명기’에 담긴 삼라만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한성백제박물관 특별전… 中 위진 남북조 유물 270점 선봬

후한시대 낙양성(洛陽城) 보장유적 무덤에서 발굴된 ‘우물모양 명기’. 우물 난간 밑 벽면에 말과 소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새겼다.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후한시대 낙양성(洛陽城) 보장유적 무덤에서 발굴된 ‘우물모양 명기’. 우물 난간 밑 벽면에 말과 소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새겼다.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지붕 밑에 물 긷는 수차와 항아리가 앙증맞게 자리 잡은 후한(後漢)시대 우물의 축소 모형. 수차와 항아리 모두 성인 손톱보다 약간 크다. 우물의 전체 크기도 너비 23.7cm, 길이 23.8cm에 불과해 두 손바닥에 올리면 쏙 들어간다. 이 조그마한 미니어처에 없는 게 없다. 우물 난간 밑 벽면에 부조(浮彫)로 새겨진 말과 소는 성난 근육이 디테일하게 묘사돼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이 걸작은 후한 시대 낙양성(洛陽城) 보장유적 무덤에서 발굴된 ‘우물모양 명기’다. 당시에는 망자들의 실생활을 묘사한 도기를 무덤에 부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백제 역시 밥그릇과 동경(銅鏡) 모양을 본뜬 소형 토기를 무덤에 넣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중국 고대 도성 문물전’ 특별전을 최근 열고 ‘우물모양 명기’를 비롯해 중국 위진 남북조 시대 유물 270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 한 무제의 형이었던 유승의 묘(만성한묘)에서 출토된 ‘표범모양 누름쇠’와 ‘옥 장식 동검’도 전시된다. 중국의 위진 남북조 시대는 백제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서기 475년)와 겹친다.

이번 전시 대상은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60년에 걸쳐 발굴한 유물들이다. 이 연구소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한층 활발해진 한중 문화교류의 일면을 보여준다.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과장은 “이번 전시는 삼국 가운데 중국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한 백제가 얼마나 중국의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기획”이라며 “백제가 왕성에 해당하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각각 북성(北城)과 남성(南城)으로 조성한 것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 6일까지 열리며, 중국과 한국의 고대 도성에 대한 무료 강연도 열린다. 02-2152-5913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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