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3일 일요일 맑음. 공중전화.
#175 Maroon 5 ‘Payphone’(2012년)
‘조그만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사람들을 보네/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새까만 동전 두 개만큼의 자유를 가지고/2분 30초 동안의 구원을 바라고 있네.’(동물원 ‘유리로 만든 배’)
그건 이맘때였고 경기 포천의 초가을은 서울보다 좀더 쌀쌀했을 것이다. 이제 일병. 군복에 달린 작대기가 두 개만 더 쌓이면 제대. 그깟 막대 하나에 담긴 시간의 무게가 내겐 별나게 느껴졌지만 아마도 그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H는 일병 휴가 때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 귀대하는 시외버스 안에서 느낀 건 슬픔이 아니었다. 가슴 안에 군복을 잔뜩 구겨 넣은 듯한 갑갑함.
외부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일요일 오전, 난 부대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섰다. 내 차례. 동전 몇 닢의 무게가 데려다준 70km 밖 그녀 목소리는 차갑고 단단했다. “어…. 오빠. 잘… 지냈어? 근데 나, 미안한데, 지금 바빠서, 너무 미안해….” 수화기 너머로 새 학기를 맞은 캠퍼스의 활기가 들렸다.
요즘 공연장에선 관객들이 어떤 곡이 나올 때 휴대전화 플래시를 일제히 켜드느냐가 관심사다. 3월 에드 시런 콘서트 땐 ‘천 개의 별빛 아래서 키스해줘…’라는 후렴구가 들어있는 ‘Thinking Out Loud’에서, 5월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땐 ‘Let It Be’에서, 지난달 이매진 드래건스 내한공연 때는 이 노래에서 객석이 별 바다가 됐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이 안은 어두우니까… 당신 눈은 너무 밝게 빛나/그 빛을 지켜주고 싶어.’(‘Demons’ 중)
며칠 전 마룬5 내한공연. 관객들은 ‘Payphone’에 맞춰 플래시를 켜들었다. 1만5000개의 수화기가 객석에서 안테나처럼 돋아난 그 순간. 낡은 서랍 속 까만 동전 몇 닢이 내 손끝에 닿았다. ‘공중전화 앞에 있어/집으로 전화하려는데/잔돈을 다 너에게 써버렸어/시간이 어디로 가버린 거지? …동화 속 얘기였다면 난 당신을 (이 수화기처럼) 여전히 그러안고 있었겠지.’(‘Payphon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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