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개봉하는 ‘서부전선’(12세 이상)은 심각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웃음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시점은 6·25전쟁의 막바지인 1953년 7월. 갓 태어난 아이 한번 안아보지 못하고 군대에 끌려가 비밀문서(비문) 전달 임무를 받은 40대 국군 졸병 남복(설경구), 7형제 중 막내로 북한군 학도병으로 지원한 탱크부대 막내 영광(여진구)이 주인공이다. 전투로 부대원이 전멸하고 홀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전장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각각 ‘비문’과 탱크를 사수해야만 하는 둘은 서로를 의심하며 뺏고 빼앗기는 ‘둘만의 전쟁’을 시작한다. 추석을 겨냥한 ‘사도’ ‘탐정’에 이어 이 영화를 본 남녀 기자의 생각은 이번에도 엇갈렸다. 》 ▽이새샘=근데 영광이나 남복이나, 왜 그렇게 ‘비문’과 탱크에 목숨을 거는 거야? 그냥 버리고 도망가면 안 되나? 그냥 ‘졸병’일 뿐인데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가 좀 이해가 안 되더라.
▽김배중=‘못 지키면 총살’이라는 말이 무서웠겠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쉽게 이해할걸. 난 오히려 ‘개콘’ 느낌의 콩트가 개연성 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가 아쉽더라고.
▽이=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 영광과 남복이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는 장면이나, 막바지에 하늘에서 내리는 삐라를 ‘눈’이라 하는 장면은 왠지 ‘웰컴 투 동막골’(2005년)이 떠오르던데.
▽김=7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라는데 그때 나왔으면 오히려 새로웠겠다 싶어. 난 과장된 코미디가 거슬렸어. 특히 소와 탱크, 전투기까지 나오는 ‘3중 추격전’은 황당했다니까.
▽이=소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시속 50km라니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지. 난 그런 코믹한 요소가 장점이라고 봤어. 특히 둘이 탱크 안에서 초콜릿 갖고 티격태격하거나 탱크 운전하다 ‘몸 개그’ 하는 장면은 웃을 수밖에 없더라.
▽김=사투리 연기는 어땠어? “형 믿고 항복 햐∼” 하는 설경구의 충청도 사투리는 구수하고 입에 착착 붙어 보였는데 여진구의 북한 사투리는 좀 단조롭더라고.
▽이=천성일 감독과 설경구가 모두 충청도 출신이니 자연스러운 게 당연하지. 여진구는 보는 내내 ‘잘 컸다’ 싶던데. 순진한 학도병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여성 팬 좀 모으겠어.
▽김=둘의 연기 호흡이 나쁘진 않았는데 그 맛으로만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어. 확실히 웃겨주는 것도 아니고, 전투 장면도 생각보다 짧고. 전쟁 영화인지, 코미디인지, 아니면 휴먼드라마인지 장르가 불분명해.
▽이=그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있지 않아?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에 끌려나온 졸병들, 말하자면 서민들의 애환도 보여주고, 또 그런 애환이 처음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점을 얘기해주잖아.
▽김=하지만 감동을 주려다 너무 질질 끄는 감이 있어. 대체 고향에 가고 싶다면서 ‘비문’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왜 그렇게 가질 않는 건지…. 영화의 만듦새에 비해 제작비(73억 원)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손익분기점(280만 명)을 넘길 수 있을까.
▽이=탱크에, 전투기에, 소달구지까지 나오는데 그 정도면 뭐…. 천 감독은 지난해 800만이 넘는 관객이 든 ‘해적’의 시나리오 작가잖아. 그렇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라고 봐. 경쟁작인 ‘사도’ ‘탐정’이 15세 이상인데 이 영화가 12세 이상이라는 것도 장점이지. 모든 연령대를 아우른다는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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