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가 없다고?…성공하려면 고정관념을 버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13시 59분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 그 고품질의 핸드크림 제조 기술을 가진 집안은 대대로 솜 세탁을 하며 살았는데 하루는 어떤 과객이 그 정보를 듣고 제조 기술을 금 백 냥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주인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과객은 그 기술을 전쟁에 사용했고, 승전 포상으로 나중에 큰 영지를 얻었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 한 사람은 솜 세탁하는 일을 하고, 한 사람은 영주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바로 고정관념이다. 손이 트지 않는 약은 솜 세탁에만 유용하다고 철석같이 믿은 솜 세탁 장인의 생각이 그를 묶은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현실에서도 많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으로 정해지거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부수기 힘들어한다. 가령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좋은 아이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고성능과 최신 디자인을 장착한 것을 좋은 제품으로,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좋은 서비스로 여긴다. 꼭 그럴까? <장자>의 다음 이야기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장자의 친구인 혜시(惠施)가 ‘큰 줄기는 구부러지고 잔가지는 비비꼬여 있어서, 크기는 하지만 재목으로 쓸 수 없어 목수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다. “지금 자네는 무엇 때문에 그 큰 나무를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는가? 나무 아래에서 낮잠이라도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누가 베어갈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찌 쓸모가 없다고 곤혹스러워하는가?”

자본주의·물질중심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모든 용도와 쓸모를 경제적인 관점과 결부시키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양면적이다. 사고뭉치, 게으름뱅이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만 바꾸면 훌륭히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고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만이 아니라 질박하고 고풍스런 제품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말과 이론만이 아닌, 진짜 발상의 전환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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