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의 힐링 미술관]환절기의 마음에도 솜이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holy day, 제임스 티소.
holy day, 제임스 티소.
유난히 습하고 더웠던 여름이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찬바람이 불어오네요. 그러나 무더운 여름을 떠나보냈다는 시원섭섭함도 잠시, 계절이 깊어감에 따라 우리 몸이 심상치 않은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높아 가는데 이상하게도 몸은 자꾸만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들고, 피부는 건조해지고 기관지는 예민해지며 몸이 무기력해집니다. 어느덧 올해도 다 간 것 같은데 지키지 못한 새해 다짐이 떠올라 자책에 빠지기도 하고, 날이 선선해졌다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들이를 떠나는데 나만 홀로 이렇게 현실에 발목이 잡혀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것만 같아 괜히 씁쓸해집니다. 여유를 갖기 어려운 바쁜 현대인들일수록 이런 계절에 우울감과 소외감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작은 일에 마음이 흔들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혹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마음에도 환절기가 찾아온 거예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음이 오르내리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환절기의 우리 몸에서는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변화가 일어납니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가올 추운 계절을 준비해야 하니 나를 좀 더 잘 돌봐달라고 우리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를 정비해서 가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기만 하니 마음에 적적함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계절성 우울증, 환절기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거나 바깥 활동량을 높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계절에 따라 우리가 먹는 것, 지내는 공간, 몸에 걸치는 것은 재정비하고 돌봐주면서 어째서 자신의 마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계절이 바뀌면 우리 마음에도 솜이불을 덮어주고 온도를 높여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럴 때 막역한 친구와 나를 알아주는 동료보다 더 큰 위안은 없을 것입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한 나무 아래 평화롭게 앉아 있지요. 좋은 우정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는 점 말입니다. 오늘은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같이하며 즐겁게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한가로운 주말에 공원 산책도 좋습니다. 밖으로 나가 무르익어 가는 계절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와 다가올 추운 계절을 씩씩하게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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