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을 앞둔 영화 ‘마션’의 동명 원작소설이 서점가의 화제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6∼10위를 오가면서 출간 50일 만에 3만 부나 팔렸다. 영화 ‘사도’의 개봉과 함께 동명 소설도 출간됐다. 이처럼 영화가 개봉하면 덩달아 관심을 받는 원작소설들을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쳐 ‘스크린셀러(Screenseller)’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으로 원작소설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
○ 스크린셀러 흥행 법칙을 찾아서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터넷서점 예스24와 함께 2004∼2015년 스크린셀러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원래 유명한 원작소설이 영화 개봉과 함께 판매량이 급증한 경우(‘꾸뻬 씨의 행복 여행’ ‘위대한 개츠비’)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지만 원작소설은 많이 팔린 경우(‘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영화의 흥행 성적과 이름값에 비해 판매가 많지 않은 경우(‘헝거게임’) 등으로 분류됐다.
이를 토대로 출판전문가 10명과 함께 스크린셀러 흥행 법칙을 정리해 보니 ‘책을 내는 시기가 승패를 가른다’는 1차 조건이 나왔다. 성공한 스크린셀러는 영화가 개봉하기 최소 2년 전에 나온 경우가 많았다. ‘책의 내용이 좋다’는 독자 검증과 입소문이 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반면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는 스크린셀러, 이른바 ‘영화소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부가수익과 홍보 등의 목적으로 짧은 시간에 시나리오를 기반해 소설로 제작돼 함량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역린’과 ‘명량’, ‘순수의 시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크린셀러 제목은 영화 원제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2차 조건도 나왔다.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소설 국내 번역본 제목이 ‘살인자들의 섬’이다 보니 독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출판사들이 원작소설을 출간할 때 번역 제목이 아닌 영어 발음 그대로 제목을 삼는다”고 말했다.
해프닝도 발생한다. 미국 SF소설 ‘THE 5 WAVE’의 판권을 산 알에이치코리아는 소설 제목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피프스 웨이브’로 출간했다. 하지만 정작 내년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의 제목은 ‘제5의 물결’이다.
○ 영화로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야
액션, 코미디보다는 문학적 감수성과 연결되는 잔잔한 영화가 유리하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안녕, 헤이즐’도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더 인기를 끌었다. 영화 결말 부분의 완결성이 높아도 스크린셀러에 악영향을 준다. 영화 ‘월드워Z’는 명료하게 종결되다 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 원작을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문학수첩 김은경 대표는 “주인공들의 과거사나 세계관 등이 영화에 자세히 나오지 않아야 원작소설을 찾는다”며 “‘원작소설과 영화 결말이 다르다’는 소문이 날수록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연기’가 화제가 돼도 불리하다. 출판계는 ‘사도’의 경우 텍스트보다는 영화로 봐야 송강호 유아인이 펼치는 연기와 심리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은 흥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YA(Young Adult) 소설은 영화가 망해도 기본은 한다’는 법칙도 나왔다. YA란 10, 20대 독자를 대상으로 한 감성적 장르소설이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이 대표적인 예.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은 “기본 팬층이 있는 데다 북미권에서 인기를 끈 YA소설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진다”며 “3부작, 4부작 영화로 제작되기 때문에 개봉 시기마다 원작 판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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