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백은 시빗거리를 찾아야 한다. 백 108을 선수하고 백 110으로 끊어 상변 흑을 노린다. 그러나 이동훈 5단이 미처 간과했던 수가 있었다. 흑 113이 백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한 수. 이 5단이 사전에 이 수를 알았다면 백 108, 110의 부질없는 손찌검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변 흑을 계속 위협하려면 흑 113에 참고도 백 1로 이어야 하는데 흑 2, 4가 멋진 연타. 백이 궤멸하는 그림이다. 뒤늦게 백 114로 물러섰으나 흑은 맛있게 백 두 점을 잡고 상변과 하변 흑을 모두 연결시켰다.
백이 여기저기 분주히 뛰어다니지만 흑의 정확한 반격에 아무 소득 없이 번번이 물러서는 형국이다.
100여 수 남짓 진행됐지만 벌써 흑이 결승선 통과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박영롱 3단은 쉬운 마무리를 위해 125, 127을 선수하고 129로 들여다봤다. 백은 당연히 A에 이어야 하는데 이 5단은 130으로 이어 우하 백돌을 살렸다. 지독한 배짱이다. 백 A가 없으면 하변 백의 생사가 풍전등화인데 손을 뺀 것. 잘 둬서 백을 잡아가면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마치 옥쇄하듯 들이댄다. 자, 흑은 이제 판을 끝낼 때가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