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드라마는 어둡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넘쳐나요. 악인이 주인공이 되고 슈퍼히어로는 어찌나 많은지…. 이에 비해 ‘한드’(한국드라마)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남녀 간 로맨스를 빼놓지 않아 미국 밀레니얼 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요.”
한국 드라마에 빠져 전공(컴퓨터공학)을 포기하고 영상연출을 공부해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드는 미국인이 있다. 미국 글로벌 TV사이트 ‘비키’가 한·중·미 3국 합작으로 제작하는 웹드라마 ‘드라마월드’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크리스 마틴 씨(32)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자 평범한 대학생 클레어가 스마트폰으로 한국 드라마 ‘테이스트 오브 러브’를 보다가 극 중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10월 서울에서 촬영 후 연말 경 미국의 글로벌 TV사이트 ‘비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배우 한지민 최시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30일 서울 서초구 비키 사무실에서 만난 마틴 씨는 “어린 시절,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미국의 한국드라마 마니아들을 비롯해 전 세계인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최우수 졸업한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 DVD를 아마존에서 구입해 본 후 인생의 항로를 변경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 취업하려던 꿈을 포기하고 광고회사 제작부서로 들어가 영상제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2006년 한국으로 무작정 건너와 첫 단편영화를 찍었다. 그는 “한국말도 모른 채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건너와 공부한 뒤 서울 홍대 근처에서 영화 제작사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후 미틴 씨는 2009년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에서 영상연출을 공부했다.
틈틈이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챙겨본다는 마틴 씨는 최근에는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마틴 씨는 한 드라마 안에 로맨스와 미스터리, 공포,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점을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으로 꼽았지만 각종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하는 일명 ‘막장 드라마’에 대해선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빠듯하게 찍어내는데 히트작이 나온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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