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물의 외벽을 감싸 안은 49만여 장의 CD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 가로 180m, 세로 30m 면적에 촘촘하게 박힌 폐CD는 일렁이는 빛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초대형 조형물 ‘CD프로젝트’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단연 돋보인다. 비엔날레가 열린 옛 연초제조창은 광복 직후 1946년에 문을 열어 2004년을 끝으로 58년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금연운동 확산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담배 소비가 줄었고 공장 현대화 계획에 따라 새 시설로 옮겨가면서 이곳은 폐쇄됐다. 공장이 문을 닫자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고 삶의 터전은 생기를 잃어갔다. 도시개발과 도시재생. 기로에 선 청주시민들은 문화·예술을 통한 ‘재생’을 선택했다.
‘CD프로젝트’는 근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작은 걸음이다. 9개국 31개 도시 시민들이 각자의 꿈을 적어 기증한 CD는 쓸모없어 버려질 물건에서 희망의 꽃으로, 예술의 꽃으로 재생됐다. 화력발전소가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재창조되었듯이 ‘담배 공장’은 ‘꿈 공장’으로 모습을 바꿔 85만 청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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