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리를 동시에 품은 신비로운 트리오가 있다. 일본의 뉴에이지 연주그룹 어쿠스틱 카페이다.
CF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로고송으로도 익숙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내한공연 횟수도 적지 않아 국내에도 어쿠스틱 카페의 팬들이 상당히 많다.
어쿠스틱 카페가 6년 만에 정규음반을 발매했다. 대표곡인 ‘라스트 카니발’을 앨범의 타이틀로 적어 넣었다. 총 16곡이 들어 있다.
어쿠스틱 카페의 콘서트 무대를 고스란히 한 장의 음반에 옮겨 놓은 듯하다. 콘서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레퍼토리, 감성, 감동을 작게 접어 투명한 유리병 속에 꾹꾹 담았다. 어쿠스틱 카페의 오리지널 곡들뿐만 아니라 클래식부터 영화음악,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모았다.
하지만 들어보면 안다. 이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어쿠스틱 카페’라는 여과필터를 거치며 하나의 장르로 모아져 내렸다. 바로 ‘어쿠스틱 카페’라는 장르다. 이들 트리오의 음악은 어느덧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 아픔대신 추억을 간직한 연주 … 쓸쓸하고 따뜻하다
첫 곡부터 빨려든다. ‘라스트 카니발’의 시작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테너를 위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다. 어쿠스틱 카페의 클래식한 감성을 손을 만지듯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어쿠스틱 카페의 리더인 츠루 노리히로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방식은 독특한 데가 있다. 비브라토와 쉼표를 최대한 절제해 긋는 그의 소리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하다. 빙긋 웃으며 이별하고, 돌아서서 울먹이는 듯한 소리다. 아픔대신 추억을 간직하는 연주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올드 프렌즈’에서 이런 어쿠스틱 카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본의 음악평론가 가츠키 신은 이 곡에 대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명곡’이라고 평했다. 고요한 가운데 슬그머니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어놓고 달아나는 듯한 그림이 그려지는 곡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삽입곡인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 츠루 노리히로가 다큐멘터리 주제곡으로 쓴 ‘프레이’도 추천곡.
어쿠스틱 카페가 콘서트에서 클로징 곡으로 곧잘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아빠 안녕)’도 근사하다.
한국 팬들을 위해 어쿠스틱 카페는 이 앨범의 마지막 두 곡을 한국 음악으로 장식했다. 15번째 트랙 ‘목포의 눈물’과 16번째 트랙 ‘비목’이다. 세심한 편곡을 거쳐 원곡의 느낌보다는 어쿠스틱 카페다운 해석이 돋보이는 연주다.
마음이 가을가을한 날에 들으면 좋은 음반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바다 건너 낯선 거리의 카페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마법에 걸려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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