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호에 실린 ‘신경숙 표절 논란 후폭풍, 석연찮은 동반 퇴진 선언’ 기사에 대해 출판사 ‘문학동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주간동아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했다(9월 16일). 해당 기사는 문학동네 편집위원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
그러나 문학동네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첫째, 주간동아 기사는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해서 동반 퇴진에 합의한 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작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간동아는 문학동네 측에 이 기사가 오보라는 증거를 내놓거나 오보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둘째, 문학동네 측의 해명은 9월 1일자 한겨레 보도(‘문학권력 논란 후폭풍…문학동네 1세대 퇴진’) 내용과도 차이가 있는데, 문학동네 측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 주간동아 기사가 오보라고 적극 해명을 시작한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초 한겨레 기사도 보도 당시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었다. ‘문학과지성’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는 철학자 김재인 씨는 SNS 페이스북에서 ‘1기(편집위원)가 물러난다는 건 오보라고 보도 당일 서영채 선생님께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 6명 중 한 사람이다. 기자는 연락이 닿지 않은 남진우 교수를 제외한 1기 편집위원 전원과 통화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이문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아마 지난주(9월 첫째 주) 회의에서 결정한 듯한데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다”며 “해당 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할 말은 없다”고 했다. 황종연 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편집위원) 전원이 정식으로 모여서 회의하지 않은 건 사실”이나 “(1기 위원 중) 사퇴 의사가 없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답했다. 서영채 교수는 “(한겨레 기사에 대해) 오보라는 표현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보도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10월에 주주총회가 없는데 (기사에서) 주주총회란 이야기를 해서 지적한 것이다.” 서 교수는 또한 사퇴 시점과 방식은 합의된 바 없으며 10월 중 논의할 것이라며 “(표절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이 (바로) 그만두는 것이냐, 아니면 마무리를 짓고 나가는 것이냐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중략) 이것을 논의한다는 게 10월(주주총회)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류보선 군산대 국문과 교수와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당시 한겨레 보도 내용과 거의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표절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를 결정한다면, 그 시점과 발표 방식 등에 대해 당사자들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1기 편집위원 대부분이 이미 사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면 더더욱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 문학동네는 ‘1세대 퇴진’ 결정을 편집위원 입에서 ‘오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긴급하게 언론에 흘려야 했을까.
‘1세대 퇴진’이라는 최초 보도 직후 출간된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에 그 실마리가 있다. ‘문학동네’ 가을호는 ‘신경숙의 표절’을 인정했으나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문제인 ‘문학권력’ 논쟁은 부인했다(주간동아 1005호 기사 참조). 만약 ‘퇴진 결정’이란 보도 없이 가을호가 출간됐더라면, 문학동네는 창비, 백낙청 편집인과 마찬가지로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을 것이다.
편집위원들과의 합의 없이 출판사 측에서 ‘누설’한 퇴진 결정은 여론 무마용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문학동네 측은 ‘퇴진 결정’ 보도로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학동네가 진정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10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에나 드러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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