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왜 듣냐? 그게 재밌냐?” “랩에는 왜 그렇게 욕설이 많은 거죠? 듣기 불편해요.”
힙합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힙합은 재밌다, 멋있다, 이거 빼면 시체다. 욕설이랑 비속어? 이 장르는 사실 솔직한 게 매력이다. ‘진짜 내 얘기’가 미덕이니 그거 빼라면 꼰대처럼 보인다. 때로 점잖은 마음속에 있는 어떤 소리를 끄집어 내주는 것 같아 통쾌할 때가 많다. 힙합은 거친 액션 영화 같은 소리 입자들을 날카로운 붓으로 찍어 그린 그림이 잔뜩 걸린 전시장이다.
랩은 시간과 속도의 게임이다. 네 박자가 철컹철컹 닫히는 액자 안에 비슷한 모음 무더기로 단어와 구절이 늘어서 그림을 만들고, 그게 또다시 더 큰 그림인 곡 전체의 이야기에 퍼즐처럼 척척 들어맞는다. 힙합 음악계에서 여전히 찬반이 나뉘는 화제가 ‘한영 혼용’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시간의 게임에서 한글만으로 매력을 폭발시키는 랩 가사를 실시간으로 청해할 때 느끼는 쾌감은 유별나다.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우리나라처럼 자국어 랩 가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곳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영어 사용이 부족한 한글 작사 능력을 메우는 수단에 그친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랩에서 그대로 따온 구절을 끼워 넣는 일도 잦고. 단순히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래퍼는 말놀음꾼이다. 인터넷 신조어를 갖다 쓰는 대신 기존에 없던 언어를 스스로 창의하는 개발자, 한글의 독창적인 쓰임새를 개발하는 연구자를 더 만나보고 싶다. 사투리 랩도 더 자주 들렸으면 한다. 랩의 전시장에 우리만 만들 수 있는 멋지고 재미난 그림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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