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지음/강주헌 옮김/204쪽·1만3000원·arte
1981년 동아일보를 방문한 레비 스트로스(왼쪽). 동아일보DB
“문자가 없는 일부 종족은 육식이 식인 풍습을 약화시킨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냥꾼(혹은 어부)과 사냥감 간의 관계를 친척 관계에 근거해서 생각함으로써 그 관계를 인격화한다. (…) 따라서 사냥과 고기잡이는 같은 종족 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식인 풍습으로 여겨진다.”
1996년 구조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쓴 글 ‘미친 소 파동의 교훈’ 중 일부다. 그는 소에게 소의 뼛가루를 먹여 키우는 것은 넓은 범위의 식인 풍습에 속한다고 본다. 또 초식 동물을 동종의 동물을 먹는 동물로 변환시켜 생겨난 위험(인간 광우병)과 가축 사육의 비효율성 탓에 언젠가 육식은 식인 풍습만큼이나 혐오스럽게 여겨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책은 저자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기고한 글 16편 등을 모았다. 저자는 ‘발전에는 하나의 유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글에서 수렵과 채집을 했던 종족들이 과연 농업을 할 줄 몰라 그런 삶에 만족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그저 생산성을 앞세운 삶 자체를 멀리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교 갈등, 광우병 파동, 여성의 지위, 인종차별주의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주제의 심층으로 파고들어가는 필봉에서 대가의 풍모가 전해온다. 저자는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문명사회와 그들이 원시적으로 보는 사회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심지어 심층에서는 동일한 원리, 즉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간지 기고글인 만큼 저자의 본격 연구서보다 이해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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