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끝날 듯하다가 점차 고조되더니 중단 없이 4악장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현악기가 감동적인 선율을 노래하고, 트럼펫이 울려 퍼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리고 난 뒤 “어, 지휘자는 두 번 지휘봉을 내렸는데, 3개 악장만 있는 작품인가?”라고 생각하는 청중도 있을 것입니다.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그 전 악장이 중단 없이 이어지게 한 것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에서 시도했던 수법입니다. 러시아의 거장 쇼스타코비치도 교향곡 7번에서 3악장이 조용하게 끝나고 4악장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듯 시작하게 곡을 설계함으로써 마지막 두 악장의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교향곡 끝의 두 악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앞 악장들의 모순과 투쟁을 마지막 악장에서 해소하겠다’는 작곡가의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서 3, 4, 5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약간 다릅니다. 농부의 춤, 천둥, 비 개인 뒤의 정경을 각각 묘사하고 있지만 시간상으로 연속됨을 강조하기 위해 악장들을 이어놓은 것입니다.
슈만의 교향곡 4번은 네 개 악장 전체가 중단 없이 연주됩니다. 슈만은 개성이 각기 다른 교향곡의 네 개 악장이 밀접히 연결되는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악장들을 이어놓았을 뿐 아니라 앞 악장의 선율들이 뒤 악장에서도 다시 모습을 비추도록 했습니다. 수십 년 뒤 프랑스 작곡가들이 애호했던 이른바 ‘순환주제’를 앞서 시도한 것입니다.
20세기 초의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악장들을 합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었습니다. 7번 교향곡은 아예 전체를 합쳐 한 개 악장의 교향곡으로 만들었습니다.
15일 곽승 지휘 KBS교향악단은 전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23일엔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이 3, 4악장이 이어진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곡 전체가 하나로 융합된 교향곡 7번을 연주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31일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콘서트에서도 연주됩니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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