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 외국인 2명 면접”… 문체부 귀띔속 후보 면면엔 함구
“구태 개선 도움” “축구감독 바꾸나”… 최종선임 한 주 앞두고 설왕설래
결국 ‘수장 공석 1년’이 코앞이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지난해 10월 15일 정형민 관장이 직원 부당채용 혐의로 직위 해제된 뒤 줄곧 관장 없이 운영돼 왔다. 새 관장 공모 결과 취소 등 곡절 끝에 재공모 서류심사 통과자 5인이 8일 면접평가를 치른 지금, 미술계의 관심사는 온통 초유의 외국인 국현 관장 선임 여부에 쏠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3명, 외국인 2명이 면접을 봤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이 중 상위 2, 3명에 대한 평가 결과를 조만간 문체부에 넘길 예정이다. 여기서 장관이 택한 1명이 다시 인사혁신처의 역량검증평가를 거쳐 최종 선임되기까지 최소 한 주 정도 더 걸린다. 2월 관장 후보 ‘정(政)피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문체부와 인사혁신처는 후보 면면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8월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관장 선임도 가능하다”고 말해 불 지핀 논란은 외국인 2명의 면접 사실이 확인되며 후끈 달아올랐다. ‘누구냐’에 대해 확인하기 쉽지 않은 소문만 무성하다. 거명되는 인물은 로랑 헤기 프랑스 파리 생테티엔 미술관장(61·헝가리), 스위스 큐레이터 마르크올리비에 발러(51),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프랑스 큐레이터 올리비에 케플랭(66) 등이다. ‘50대 중국 출신 큐레이터가 유력했다’, ‘예술철학을 전공한 한국계 외국인이 공모에 지원했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근거가 불분명한 ‘…카더라’ 식 뒷공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외국인 국현 관장 선임의 타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인선 결과와 무관하게 불붙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현 직원은 “미술계의 공고한 폐쇄성을 문체부가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울 거다. ‘외국인이 관장으로 선임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원로 미술인의 항의 전화가 최근 적잖이 걸려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국현 관계자는 “능력과 명망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시받아 일할 처지에서 솔직히 외국인도 환영이다. 외국인 수장이라는 상징성보다는, 실무적 구태를 빠르게 개선할 가능성을 기대한다. 성과만 내면 논란이야 금세 사그라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사립 미술관 운영자는 “그나마 국현 관장 직에 의욕을 가졌던 한국인 후보 대부분이 지난번 공모 때 문체부로부터 싸잡아 ‘부적격’이란 낙인을 받은 셈인데 그보다 나은 사람이 지원을 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와 국현 직원도 “사실 후보 면면에 지난번보다 나은 구석이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파격적 대우가 불가능한 데다, 학연에 근거한 한국 미술계의 분열이 해외에도 알려져 있어 과연 함량 높은 외국인이 관장 후보로 지원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립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이 국가대표 축구 팀인가. 누가 오든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작품 분류 체계, 비이성적인 파벌 다툼 등 오래 묵은 국현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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