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가 끝나고 밀려 있던 일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바뀐 계절에 적응하느라 우리 몸은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활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해지다 보니 아침잠이 늘고,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됩니다. 또한 일조량이 서서히 줄어들고 찬바람이 불어오니 몸과 마음에 감기도 자주 찾아오는 계절이지요. 자칫 잘못하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기 쉬우므로 매일매일 일상을 살아내기 급급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몸이 시키는 대로 잘 챙겨 먹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더 이롭다는 점, 알고 계신가요? 새로운 다짐을 새해에만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았던 계획들을 떠올려 보세요. 올해도 지키지 못했던 금연, 금주 다짐과 여름이 지나가니 금세 시들해져 버린 다이어트 같은 것 말이에요.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갈 때 지키지 못한 새해 다짐들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책하지 마세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선선한 가을이야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계절이랍니다.
그림을 보세요.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가 1877년 그린 작품 ‘10월’입니다. 그림 속의 여인은 옆구리에 책을 한 권 끼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을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이쪽을 보고 있죠. 이 계절 속을 함께 걷자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줄 듯하기도 합니다. 그림 속 여인은 화가의 실제 연인이었다고 하네요. 그녀를 따라 나란히 가을 숲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처럼 나의 내면과 대화하며 영적인 시간을 갖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여인과의 가을 산책 상상을 마쳤나요? 이제 마음속에서 새로운 활력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을을 씩씩하게 보내게 해줄 계획들이 마구 떠오르지 않나요? 새로운 계획이란 꼭 건설적이고 유익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간에 포기했던 자격증 시험, 장편소설 완독하기, 필사 책 쓰기, 외국어 공부하기, 밀린 드라마 몰아 보기 등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쳇바퀴 도는 일상 이외에 우리의 머리와 감성을 즐겁게 채워줄 수 있는 매력적인 일에 몰두하다 보면 일상의 활력도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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