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통 공룡 네이버, 동영상마저 삼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네이버 8월 선보인 ‘스타 라이브 방송 V앱’ 화제

《 ‘빅뱅의 대성-안심귀가 서비스 동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예고한 방영 시간이 되면 영상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스마트폰 알림 창에 뜬다. 미리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스타의 생방송이 시작된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룹 ‘빅뱅’의 탑은 30분 동안 “하루에 양치질은 몇 번이나 해요”처럼 팬이 보낸 사소한 질문에 대답하고 배우 주원은 김태희와 함께 SBS드라마 ‘용팔이’의 세트장을 소개했다. ‘씨엔블루’의 강민혁은 잠옷을 입은 채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실시간 채팅 창을 통해 글을 남기면 가끔씩 스타가 답도 해 준다. 생방송을 놓쳐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 “새로운 한류 콘텐츠” vs “아이돌 위주 콘텐츠 획일화”


네이버가 8월부터 시작한 1인 방송 ‘스타 라이브 방송 V앱’의 이야기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표방한 V앱은 아이돌 위주의 한류 스타를 내세우며 현재 210여 개국에서 내려받기 되고 있다. 네이버 측은 “해외 내려받기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V앱은 스타의 사소한 일상뿐 아니라 드라마 촬영장이나 무대 뒷모습 공개에 이어 최근에는 공연 생중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지난달 19일 최초로 6시간 동안 진행된 콘서트를 V앱으로 생중계했다.

현재 V앱은 네이버와 계약한 연예기획사가 콘텐츠 기획부터 연예인 섭외, 촬영 등을 맡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저작권은 기획사에 있지만, 온라인 사용권은 네이버에 있다. 이승환 콘서트의 경우, 저작권을 드림팩토리가 갖고 생중계 비용은 네이버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기획사들은 새로운 홍보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기존 제작 발표회나 쇼케이스는 한정된 소수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V앱이 생기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신인에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잇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단기적인 파급력을 위해 아이돌 중심의 콘텐츠로 획일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진 미래정책개발팀 연구원은 “소규모 독립 제작사의 참신한 콘텐츠가 많았던 웹드라마 시장도 사업적 성공을 위해 아이돌 스타 위주로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V앱 또한 새로운 플랫폼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 공룡, 콘텐츠 빨아들이는 블랙홀 되나


방송·미디어 업계에서는 V앱을 모바일 기반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네이버의 동영상 강화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 특히 순방문자 수(UV) 기준으로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유튜브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후 네이버는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과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고 TV캐스트를 통해 방송사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받고 있다. 네이버는 TV캐스트를 통해 웹드라마를 대대적으로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CJ E&M과 손잡고 ‘신서유기’라는 웹 예능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개했다.

KT경제경영연구원의 최명호 선임연구원은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콘텐츠 유통을 하다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듯이 네이버 또한 콘텐츠의 플랫폼 역할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상파 TV나 영화사, 공연기획사, 연예기획사들이 만든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거대 포식자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한다. 영화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영화 개봉 전후 네이버가 대대적인 콘텐츠 노출을 해 주는 대신 포스터나 예고편, 행사 동영상에 대한 온라인 사용권도 네이버가 소유하게 된다”며 “이 권리에 대한 비용을 요구했다가 영화에 대한 노출이 끊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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