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미션 임파서블’이 섀도 윌슨에 바친 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맑음.
루비의 지령(I Can't Cry).
#179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 ‘Ruby, My Dear’(1961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언급된 음반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 표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언급된 음반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 표지.
남자: “…오늘 그녀를 만났습니다.”

직원: “…다신 만나지 말라고 부탁했나요?”

남자: “나보다 당신을 더 사랑한다더군요.”

직원: “말투는?”

남자: “자신 있는 말투. 마치… 새빨간 루비처럼 말이죠.”
선문답을 주고받은 뒤, 직원은 따분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테이프를 건넨다. 테이프 속의 매우 빠르고 건조한 목소리가 남자에게 지령을 전달한다. “테러 조직이 암약… 와해하고 ××를 구출… 언제나 그렇듯, 자네나 IMF 요원이 체포되거나 살해될 경우, 장관께선 자네들과 관계를 일절 부인하실 거네. …이 테이프는 5초 안에 파괴되네. 그럼, 행운을 비네.”

‘미션
임파서블’은 늘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올여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주인공 이선 헌트(톰 크루즈)는 레코드점에 들어가 직원에게 “아주 희귀한 걸 찾고 있다”고 한다. 텔로니어스 멍크(1917∼1982)가 피아노를, 존 콜트레인(1926∼1967)이 색소폰을, 섀도 윌슨(1919∼1959)이 드럼을 친 재즈 앨범. 직원은 설명한다. 섀도(그림자)라는 예명이 윌슨에게 붙은 건 브러시(빗 모양으로 북을 쓸어 소리를 내는 드럼 채)를 활용한 그의 섬세한 연주 때문이라고.

영화엔 안 나오지만 그 음반은 1961년에 나온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이다. ‘미션…’의 원작 드라마가 시작한 1960년대에 대한 오마주이자 요즘 젊은 음악 팬 사이에 다시부는 LP레코드 붐을 겨냥한 장면인가 보다.

드러머 섀도 윌슨에 대한 언급은 향후 영화 전개에 대한 복선일 수 있다. 윌슨은 이 음반이 발매되기 2년 전 이미 사망했다.
헌트가 레코드점 한편의 감상실에 들어가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리자 지령이 재생된다. 지령이 담긴 가짜가 아니었다면 레코드는 당연히 A면 첫 곡 ‘Ruby, My Dear’부터 재생됐겠지.작곡자인 멍크가 첫사랑 ‘루비’를 위해 쓴 아름다운 곡. 카먼 맥레이(1920∼1994)는 훗날 이 곡에 가사를 붙인 뛰어난 재해석, ‘Dear Ruby’(QR코드)를 멍크에 헌정한다.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느니/죽어버리겠다고 말했지만… 언젠가 당신은 그의 노래를 부르게 될 거야… 루비, 나의 사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미션임파서블#루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