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서머의 ‘Hot Stuff’, 아이린 카라의 ‘Flashdance…What a Feeling’(영화 ‘플래시댄스’ 주제가),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영화 ‘탑건’)까지.
수많은 팝 명곡을 작곡하고, 1970년대에 크라프트베르크, 브라이언 이노와 더불어 현대 전자음악의 기술적 초석을 다진 선구자,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조르조 모로더(75·사진)는 한국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 잡고(Hand in Hand)’를 그가 작곡했기 때문이다.
모로더와 e메일로 만났다. 올여름 그가 30년 만에 정규앨범(‘D´ej‘a Vu’)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재작년에 모로더 헌정곡을 발표하면서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 재조명됐다. DJ로서 올 연말까지 미국, 유럽을 도는 그는 “잔잔한 삶을 살던 중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돼 정말 최고의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10∼15년간 사람들 관심 밖에 있었어요. 골프도 치고 낱말 맞히기도 하면서 소소한 재미 속에 지냈죠.”
지금도 역대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주제곡 중 하나로 꼽히는 ‘손에 손 잡고’의 작곡 과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 곡은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 같은,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희귀한’ 곡이랄 수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 갑자기 코드 진행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즉시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죠. 곡을 다듬는 과정에서 주변 스태프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영상 속의 개막식 무대, 분위기, 규모를 보면서 좀 더 구체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그는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케이팝도 제대로 못 들어봤다고. “얼마 전 한국 공연 제의를 받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기회가 돼서 한국 팬들 앞에 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낸 ‘D´ej’a Vu’에 그는 시아, 찰리 XCX, 카일리 미노그, 브리트니 스피어스(‘Tom‘s Diner’·QR코드)를 보컬로 참여시켰다. 모로더는 “차기작 제작에 이미 돌입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DJ인 다비드 게타, 아비치와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앞으로 가장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음악가로 그는 주저 없이 레이디 가가를 꼽았다. “공동 작업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사운드를 대중에 전달해 보고 싶습니다.”
팔순을 향해 가는 그는 요즘 대형 댄스음악 축제에 20, 30대 DJ들과 나란히 참가한다. 전자음악의 선구자이자 원로이지만 21세기형 DJ 기술을 몇 년 전 ABC부터 새로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 젊은 전자음악이 흥미롭고 좋습니다. 뻔한 구조에 머물지 않고 과거와 현대를 합쳐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죠.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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