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5단의 심중은 심란하다. 전보에서 딱 한 발 물러섰을 뿐인데 유리하던 형세가 급격히 좁혀졌다. 이 5단은 백 10까지 하변 흑 두 점을 잡는 듯싶더니 백 12로 우변에 손을 돌린다. 직감적으로 두 점을 잡는 평범한 진행 대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한때 단조로운 집짓기 바둑을 두던 백이 이젠 변화를 주도할 정도로 다급해졌다.
흑은 평범하게 참고도 흑 1로 받아주면 쉽다. 백 2가 날카롭지만 흑 3으로 물러서면 그만이다. 흑 11까지는 아무래도 흑이 두터운 형세다.
그런데 안조영 9단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좌변 백 진에 뭔가 수가 숨어 있다고 느낀 것이다. 흑 15, 17을 둔 뒤 19로 백 두 점을 잡은 것은 좌변의 뒷맛을 확신한 것.
그 틈을 타 백은 20으로 우변을 둔다. 이걸로 실리로는 흑을 많이 따라잡았다. 관건은 좌변에서 과연 안 9단의 느낌처럼 수가 나느냐는 것. 흑 27 때 백 A로 이으면 흑 B, 백 C의 교환 이후 흑 D로 큰 수가 난다. 그래서 백 28로 물러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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