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팝뮤지션 올라퍼 아르날즈
본래 헤비메탈 드러머 출신… 단아한 클래식-몽환적 록 접목
신비로운 음악으로 세계적 팬덤
“만약 쇼팽 콩쿠르에 나간다면 허름한 바(bar) 피아노로 쇼팽이 쓴 악보와 다르게 연주할 거예요. 20만 달러짜리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누가 더 완벽하게 연주하느냐만 겨루고 또 겨루는 건 좀 지겹지 않나요?”
뷔욕(비외르크), 시규어 로스(시귀르 로스)와 함께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대중음악가 올라퍼 아르날즈(올라퓌르 아르날드스·29)를 지난달 31일 서울 연세대 백양홀에서 공연 전 만났다. 조성진의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얘기를 꺼냈더니 그가 웃으며 낸 답이 반항적이다.
아르날즈는 올봄, 클래식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가 친 쇼팽의 곡에 자신의 현악 선율과 일상 잡음, 전자 노이즈를 섞은 논란의 음반 ‘The Chopin Project’를 냈다. 그는 “야상곡 g단조에선 빗소리, 취객의 잡담과 술잔 부딪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 오트의 연주에 섞었다. 곡 중간 야유나 박수를 보내며 대중이 쇼팽을 부담 없이 소비하던 옛 시대를 상상했다”고 했다.
단아한 선율의 클래식과 몽환적인 포스트 록의 요소를 접목한 신비로운 연주곡들로 세계적 팬덤을 구축한 그는 본디 헤비메탈 드러머였다. “데스메탈을 추구하던 제게 몇 년 전 할머니가 임종 직전 들려주신 음악이 쇼팽 소나타였어요. 이 음반은 쇼팽과 할머니에 대한 헌정인 셈이죠.”
전향은 성공적. 2013년 음반 ‘For Now I Am Winter’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범죄 드라마 ‘브로드처치’ 음악으로 지난해 영국아카데미상(BAFTA) 최우수 TV 음악상을 차지했다.
“피아노도 잘 못 치는 저는 가슴으로 음악을 만들 뿐이에요. 미니멀리즘의 매력은 최소한의 음으로 최대한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매우 느리고 반복적인 그의 음악은 꿈나라 가기 전주곡으로 딱 좋다. “실은 저도 과로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 깜빡 졸아서 한 대목 놓친 적 있어요. 크하하!”
아이슬란드의 신비로운 음악을 곧잘 오로라, 화산, 온천처럼 독특한 자연환경과 연관시키는 시선에 대해 아르날즈는 “편견!”이라 선을 그었다. 그래도 그 섬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졸랐다. “일단 차를 빌리세요. 그 다음 빈 병을 돌려서 그게 가리키는 방향으로 무작정 떠나세요. 가 닿는 첫 마을, 아마 인구가 300명쯤 될 텐데, 거기 아무 집 문이나 두드리곤 ‘한국에서 왔는데 같이 놀래요?’ 하세요. 십중팔구 친절하게 잘 놀아줄 거예요. 진짜 아이슬란드는 거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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