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6강에서 이지현 5단은 어려운 상대인 최철한 9단을 물리쳤다. 최 9단이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다곤 하지만 큰 고비를 넘은 셈. 8강에서 만난 안조영 9단도 녹록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안 9단이 초반 이상 감각을 보이며 난조에 빠져 이 5단은 초반부터 우세를 잡았다. 참고도를 보자. 좌상 흑 한 점은 백 세력이 강한 곳에 있어 당장 움직이지 말고 흑 1처럼 우상 쪽부터 건드리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실전에선 ‘가’(흑 25)로 붙여 움직이기 시작해 흐름이 급해졌다. 흑은 억지로 모양을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백 42까지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졌다.
결국 좌상 흑이 별 대가 없이 백에게 잡혔고 백이 큰 우세를 잡았다. 그런데 백이 몸을 사리며 집짓기 바둑으로 나서면서 흑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우하 쪽에 거대한 흑집이 생겼고 백 92처럼 한 박자 늦은 수가 나오면서 어느덧 역전됐다. 그러나 흑은 좌변 백 진에서 수를 내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우변 큰 곳을 백에게 빼앗기며 재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흑은 좌변에서 수를 내보려고 발버둥쳤으나 백의 정확한 응수로 무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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