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사육 방법 논란서 자유로운 ‘자연의 푸아그라’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18시 46분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Foie Gras·거위의 기름진 간). 국내에선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았지만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끄는 식재료다. 그러나 푸아그라는 특유의 잔인한 사육 기술 때문에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푸아그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거위의 위에 강제로 철제 호스를 끼워 넣고, 거기에다가 끊임없이 사료를 밀어 넣어야 한다. 좁은 사육장에서 강제로 사료를 먹으면 간에 지방이 쌓이며 붓기 시작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방이 쌓이면 간에 화학적 변이가 오며 풍미가 극대화되는데 그것이 바로 푸아그라다. 그래서 거위의 간이 정상보다 10배가량 커지면 그때 도축한다. 이런 잔인한 사육 기술을 ‘가바주(Gavage)’라고 한다.

모든 푸아그라 생산업체가 가바주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은 에두아르도 소사 씨의 농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푸아그라를 생산한다.

그이 농장에서는 자연방목 방식으로 거위들을 기른다. 완전 방목된 거위들은 농장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산에 있는 풀, 도토리, 과일, 야생 곡식들을 뜯어 먹고 자란다. 사료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겨울이 되면 ‘자연산 푸아그라’를 선문한다. 비결은 이렇다. 거위는 겨울이 되면 스페인을 떠나 북쪽으로 날아갔다 여름에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온다. 북쪽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전 거위들은 자발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푸아그라가 만들어진다. 소사 씨의 농장은 바로 이때 거위를 도축해 자연스럽게 푸아그라를 얻는다.

소사 씨의 농장에서 완전 방목으로 살고 있는 거위는 1000마리 정도. 이 중 절반을 겨울에 북으로 날아가기 직전에 잡아서 도축한다. 나머지 500마리는 북으로 날아갔다가 또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다시 소사 씨의 농장으로 돌아온다. 놀랍게도 수천㎞를 다시 날아 바로 그 자리, ‘거위들의 호텔’로 되돌아오는 것. 이 사이클이 계속 유지되면서 소사 씨 농장의 ‘생산 라인’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소비자들은 이런 푸아그라에 열광했다. 비슷한 품질의 푸아그라에 비해 거의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해야 함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한다. 수량은 1년에 딱 1000병만 생산된다. 한 마리의 간에서 180g짜리 두 개의 제품이 나오는데 매년 500마리만을 도축하니 1000병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줄이고자 하는 하이엔드 구매자들은 열광하며 기꺼이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소사 씨의 푸아그라를 구매한다. 심지어 1년 전에 미리 10%의 예약금을 지불하고 예약을 하기도 한다.

소사 씨의 농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뤄냈다. 먼저 ‘가바주’라고 하는 극도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생산 공정을 ‘자연 방목’이라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파괴했다. 둘째, 소사는 결과적으로 그의 제품을 소비자 마음속의 하이엔드 영역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는 ‘윤리적 제품’이라는 유행병과 같은 마케팅 메시지를 거부하고 ‘자연의 제품’이라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매우 명쾌한 메시지를 제품의 핵심 정체성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의 푸아그라는 이를 통해 윤리성이라는 토끼까지 잡아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사회학부 부교수, 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정리=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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