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 “중요성 커지는 노랫말에 집중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2016년 힙합-발라드 가수 키워낼 것”

10일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은 “내년 초 새로 데뷔시킬 팀은 시대에 발맞추는 SM의 미래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은 “내년 초 새로 데뷔시킬 팀은 시대에 발맞추는 SM의 미래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SM은 내년 초 다국적 아이돌 그룹 한 팀을 새로 선보인다.

1년 반 동안 기획한 대형 프로젝트다. 동방신기, 엑소에서 ‘콘셉트 그룹’을 실험한 SM이 아예 소설 한 권 분량으로 스토리 북을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음악 제작과 홍보,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SM은 내년에 가요계를 여러 번 놀라게 할 것 같다. 힙합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전문 레이블을 흡수할 계획도 있다. 발라드 가수도 여럿 키워 내려 한다. SMP(SM 퍼포먼스)란 장르 이름이 있을 정도로 군무 위주의 아이돌 댄스 장르를 특화한 SM의 과거 행보와 비할 때 파격적인 선택이다.

“f(x)가 냈던 ‘Red Light’(2014년)는 세월호 참사를 비판한 곡이 맞습니다. ‘침몰’이란 직접적인 단어를 쓴 것도 내부 논의를 거친 결정이었죠.”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36)을 10일 SM 서울 청담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대중음악에서 가사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요즘 힙합 붐도, SM이 최근 규현(작년 ‘광화문에서’ 히트) 종현 태연의 발라드에 힘을 싣는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그는 최근 SM 사옥 2층에 프로듀싱 종합상황실을 차렸다. 기자가 방문한 이 150m²쯤 되는 공간은 세 개 벽면이 완전히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그 뒤엔 대외비가 가득 적힌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다.

“SM의 지난해와 올해는 모색의 시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SM이 잘하는 음악과 요즘 대중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죠.”

이 본부장은 대학 무역학과 재학 시절 인턴(팬 동향 모니터 요원)으로 SM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 담당을 거쳐 그룹 내 아티스트 제작의 80%를 지휘하는 지금 위치에까지 올랐다. 정식 입사 전 SM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컴퓨터 작·편곡 공부도 했다. “A&R를 잘하려면 음악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올해 SM은 홀로그램 공연장과 각종 체험 공간을 모은 코엑스 SM 아티움을 오픈하고 유망 연습생을 데뷔 전 관객에게 선보이는 ‘SM루키즈 쇼’도 만들었다. 이 본부장은 “태연 종현 등 아이돌 멤버이지만 발라드에 능한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 시리즈인 ‘디 아지트’도 론칭했다. 대중과 새로운 접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콘퍼런스와 DJ쇼가 합쳐진 세계 최대 행사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에도 다녀왔다. 해외 EDM계와 교류하고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다. 딥하우스 장르를 접목한 최근 동방신기의 ‘Rise as God’, 샤이니의 ‘View’, f(x)의 ‘4 Walls’, 태연과 f(x)의 곡에 각각 래퍼 버벌진트와 지코가 참여한 것은 모두 SM의 변화를 예고한다.

“H.O.T.를 듣고 자란 엄마들이 엑소 팬인 초중학생 딸을 둔 상황입니다. 저희 목표는 모녀가 함께 즐기는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매년 그해 인기 가요 100곡을 모아 가사를 분석하고 있어요. 주제부터 문체까지 변화 동향을 살핍니다.”

시대가 변화를 요한다 해도 한계는 있을 거다. 이미 거대 기업이 된 SM의 변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 본부장은 “우리가 긴 세월 노하우를 쌓은 핵심 기술은 당연히 갖고 갈 것”이라고 했다. “새 그룹은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5년에 한 번씩은 이어져온 남성 그룹의 빅히트 계보를 이으리라 봅니다. 또 중국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옛 실수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3년 내에 SM의 매출은 10배로 늘 겁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sm#힙합#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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