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달콤하거나 신비롭거나… 향기로 기억되는 그녀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Beauty]HOT TEST 기자 6인의 솔직한 여자 향수 시향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고마웠던 누군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선물하면 좋을 향수는 뭘까. 본보 소비자경제부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품평했다.

알 수 없는 설명만 죽 적혀 있는 소개 말고, 가감 없이 솔직담백한 기자들의 시향기가 당신의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길. 이번엔 여성용 향수, 26일자엔 남성용 향수를 소개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닉구딸 ‘쁘띠뜨 쉐리 오 드 퍼퓸’(100mL·26만2000원)
아닉구딸 ‘쁘띠뜨 쉐리 오 드 퍼퓸’(100mL·26만2000원)
"시원하고 상큼해"
"겨울보단 여름용"

아닉구딸은 2015년 연말을 맞아 가장 인기가 좋았던 향수 ‘쁘띠뜨 쉐리’, ‘오드 아드리앙’, ‘뉘 에뚜왈레’를 한정판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사진은 기존 ‘쁘띠뜨 쉐리’ 제품) 과일향과 꽃향, 머스크 계열(배, 복숭아, 로즈 머스크, 그래스, 바닐라)의 달콤하면서 발랄한 향기가 키스를 불러올 거라는 게 아닉구딸의 설명.

▽김선미 차장=관능적인데? 샤워 후 흰 샤워 가운을 입은 여자의 살짝 젖은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용기 모양은 비너스 여신상을 보는 것 같고. 음악으로는 쇼팽의 왈츠 같은 느낌. 올 연말, 남자에게 선물 받고 싶은 향수. 그나저나 요즘 향수는 왜 이렇게 비싸?

▽김범석 기자=음? 오히려 남자가 뿌려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청량음료 같은 시원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이 좋다. 문학 작품으로는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향.

▽박선희 기자=누구나 좋아할 만큼 무난하고 시원한 향이라는 데는 동감. 하지만 겨울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가볍지 않나? 여자라기보다는 소녀에게 어울릴 것 같다.

▽한우신 기자=같은 생각이다. 시원한 향이 강해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

▽손가인 기자=역시 겨울에 쓰기는 좀 꺼려질 것 같다. 여자와 소녀의 중간쯤 되는, 배우로 말하면 ‘김고은’ 같은 오묘한 향기는 매력적이다.

▽최고야 기자=글쎄. 다들 여름이라고 하는데, 여름보다는 들꽃이 핀 봄 들판이 떠오른다. 봄 처녀의 화사한 치맛자락에 뿌리고 싶다.(일동 오∼) 그런데 그립(grip)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 뿌리기가 불편하다.
플로리스런던 ‘저민 스트릿 오 드 퍼퓸’(100mL·25만4000원)
플로리스런던 ‘저민 스트릿 오 드 퍼퓸’(100mL·25만4000원)

"시크한 뉴요커 연상"
"여자가 쓰기엔 좀…"

플로리스런던은 올가을, 플로리스 가문의 중심이 돼 주었던 런던 피카딜리의 저민 스트리트 89번가를 기념하기 위한 향수를 출시했다. 베르가못과 만다린, 바이올렛 등의 톱노트와 주니퍼베리, 베티버 등의 미들노트에 이어 앰버와 머스크 등 따뜻한 향이 풍긴다.

▽박선희
=안개와 부슬비가 가득한 향기라고나 할까. 가까이서 찾자면 시크한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뉴요커’에게서 풍길 것만 같은 향.

▽김선미=평소 중성적 느낌의 독특한 향을 좋아하는데 이 향수는 딱 내 취향 저격. 이지적인 느낌이 나서 체크무늬 가을 코트를 입고 뿌리고 싶다. 클래식한 용기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남자들은 싫어할 것 같다.

▽한우신
=맞다. 여자친구에게 돈 주고 사 줄 일은 없을 것 같다.(일동 웃음)

▽최고야
=같은 생각이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뿌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심지어 남자들 중에서도 센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겨우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손가인=한마디로, 햇빛에 오래 묵힌 남자 스킨 냄새.

▽김범석=클래식한 복고풍 향기.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니, 나쁜 뜻이 아니고.
구찌 '뱀부 오 드 퍼퓸'(30mL·10만5000원, 50mL·13만2000원, 75mL·18만3000원)
구찌 '뱀부 오 드 퍼퓸'(30mL·10만5000원, 50mL·13만2000원, 75mL·18만3000원)

"강한 느낌 주고플때"
"무난하고 흔한 향"

구찌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여성에게 어울릴 향을 출시했다. 미들노트와 베이스노트에는 따뜻한 나무 향이 느껴진다. 샌들우드와 타이티의 바닐라, 그레이 앰버의 독특한 조화가 카사블랑카 릴리, 오렌지 블로섬, 일랑일랑의 꽃향기와 대조돼 묘한 매력을 풍긴다는 게 구찌의 설명.

▽손가인=중성적인 향기가 매력적이다. 대나무 콘셉트처럼 약간 서늘한 늦여름 밤, 시원한 바람에 섞여서 날아오면 한 번쯤 뒤돌아 볼 것 같다.

▽김범석=대나무 모양 뚜껑과 향기가 잘 맞는다. 디자인으로도 향기를 표현해 내다니. 그런데 여자에게는 약간 셀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죽 잠바를 입은 연예인 ‘제시’ 같은, 센 언니 향기.

▽최고야=처음 맡았을 때부터 ‘분명히 어디서 맡아본 것 같다’ 했더니, 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는 냄새였다. 딱 공항 면세점이다.(웃음)

▽박선희=무겁고 센 향이라는 데 동감. 추운 날, 두꺼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뿌리기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매일 아침 출근길에 뿌리긴 부담스럽지 않아? 나들이나 외출하는, 특별한 날이면 모를까.

▽김선미=그래? 난 오히려 너무 무난하고 개성이 없어 별로인데. 옛날 화장품 파우더 향이랄까.
새넬 '샹스 오 비브' (50mL·11만8000원, 100mL·16만8000원)
새넬 '샹스 오 비브' (50mL·11만8000원, 100mL·16만8000원)

"여자라면 이런 향"
"알코올 냄새 나는듯"

샤넬은 캐시미어 스웨터와 부드러운 스카프 같은 여성스러운 향수를 출시했다. 과일향과 함께 재스민, 화이트머스크 향이 미들노트를 장식하고 그레이프 푸르츠와 모과향이 뒤이어 풍긴다. 머스크향이 진하지 않고 강하게 풍겨 섬세한 향수가 오감을 진정시켜준다는 설명이다.

▽김범석=이거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향수!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여성이 코트를 처음 벗었을 때 이런 향이 풍기면….

▽한우신=내가 여자라면 열흘에 일곱 날은 뿌릴 것 같다.

▽김선미=역시.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향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남자랑 여자랑 취향이 다르구나. 처음 맡았을 때 영화 ‘라붐’에 나왔던 어린 소피 마르소가 떠올랐다. 20대에게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40대에겐 글쎄.

▽최고야=목욕용품 중에서 이런 향을 맡아본 적 있는 것 같다. 원래 샤넬 향수는 인위적이고 강한 향이 많은데 크게 거부감이 없다.

▽박선희=동감. 머리카락에 살짝 흩뿌리기 좋은 무난한 향이랄까.

▽손가인=음. 자몽, 귤, 오렌지를 섞은 것 같은 상큼한 향이긴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 냄새가 난다.
발렌티노 '도나 오 드 퍼퓸' (30mL·8만8000원, 50mL·15만원)
발렌티노 '도나 오 드 퍼퓸' (30mL·8만8000원, 50mL·15만원)

"귀엽고 화사하네"
"너무 달아서 질려"

발렌티노는 올해 10월 신비로운 영화 속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을 콘셉트로 한 여성스러운 향수를 출시했다. 베르가못 에센스와 로즈 에센스 등 꽃향기가 풍긴 후 이탈리안 레더, 패츌리, 바닐라 향이 이어져 감각적이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준다는 게 발렌티노의 설명. 스터드 디자인을 형상화한 유리 용기도 우아하다.

▽한우신=‘사랑과 전쟁’의 불륜녀가 뿌리면 딱일 듯.

▽김범석=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나 달콤하고 괜찮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닌데’ 싶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한 여성 같은 향수.(일동 “처음엔 예쁜데 금방 질리는 여자란 말이지?”)

▽김선미=발렌티노 드레스를 떠올리면서 그만큼 우아한 향을 상상했는데 으, 너무 달다.

▽최고야=너무 달아서 이걸 뿌리고 버스를 타면 분명 멀미 할 것 같다. 옆 사람에게도 아침부터 민폐가 될 듯.

▽박선희=왜? 화려하고 짧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한 여성에게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처음엔 너무 달다 싶어도 뒤로 갈수록 기분 좋은 잔향이 느껴진다.

▽손가인=20대 초반의 여성만 누릴 수 있을 특권 같은 향수다. ‘슈거(sugar)’ 같은 그녀에게(만) 선물해 주길.



정리=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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