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재능과 광기… 신이 천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미쳤거나 천재거나/체자레 롬브로조 지음/김은영 옮김/568쪽·2만5000원·책읽는귀족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씨(21). 그는 “고된 연습 탓에 오히려 공연하는 순간이 휴식”이라고 밝혔다. 그런 연습이 가능했던 것은 그의 재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리라. 보통 사람은 노력만으로 그런 성과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천재 피아니스트’란 수식어가 붙는다.

천재…. 되고 싶으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하면서도 무언가 불안한 이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천재의 본질을 규명한다. 접근 방식이 독특하다. 저자인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체자레 롬브로조(1836∼1909)는 ‘범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범죄성을 유전적 형질로 분석했던 것처럼 역사 속 천재들에게서 나타난 정신적, 신체적 병리 현상에 주목한다.

천재는 미치광이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역사 속 천재들은 미치거나 퇴행적 정신상태, 망상, 애착 부족을 겪었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감과 지능을 얻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도스토옙스키, 헨델, 뉴턴 등은 자주 발작 증세를 보였다. 톨스토이는 의심증 환자였다. 콩트는 정신과 치료를 10년간 받았고, 회복 뒤 이유 없이 헌신적으로 자신을 돌보던 아내와 이혼했다.

뛰어난 지능과 재능은 남들과 다른 대뇌피질(대뇌표면) 자극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성격이 매우 과장되고, 모순적으로 발현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모차르트 등 대부분의 천재는 키가 매우 작았다. 몸도 약했다. 루소는 뇌수종, 슈만은 뇌막염, 파스칼은 뇌병변을 앓았다.

이쯤 되면 천재가 아닌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본인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서운해하지 말자.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천재들에게서 정신이상, 신체이상 등 다양한 퇴행적 징후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파충류는 우리보다 갈비뼈가 많고, 유인원은 우리보다 근육이 발달했죠. 신체적 기능들의 ‘퇴화’라는 보상을 통해 지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된 것이 인간이듯이 천재들 역시 뛰어난 지적능력의 대가로 퇴행적 특질과 정신병이 생긴 것입니다.” 이 책은 1888년 출간돼 서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는 1960년대 ‘천재론’이란 제목으로 발간됐지만 오래전 절판된 상태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미쳤거나 천재거나#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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