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봉(巨峯)인 라파엘은 신이 우리 인류에게 보낸 선물임이 틀림없다. 은총과 평온함과 달콤함을 가득 안고 우리를 보살피러 온 천사일 수도 있다. 그만의 부드럽고 단아한 색채가 주는 우아함과 포근함은 우리 마음속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고 삶의 즐거운 오솔길로 우리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신은 우리에게 준 이 귀한 선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오직 37년만 허락하셔서 슬픔에 젖게 했지만 그 37년은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60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젖가슴을 드러낸 채 투명한 베일을 몸에 두른 포르나리나는 라파엘의 연인이었던 마르게리타 루티(Margherita Luti)다. 작업하는 내내 뜨거운 애정과 배려로 출렁거렸을 그의 마음은 검고 촉촉한 그녀의 눈빛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빵집 딸이었던 그녀 또한 왼팔에 ‘우르비노(라파엘의 고향)의 라파엘로’라는 이름이 새겨진 르네상스 스타일의 팔찌를 거리낌 없이 착용함으로써 그녀의 애정을 맘껏 과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봤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야!”라고 말하는 듯 오른손을 들어 애인 이름이 새겨진 사랑의 인증 팔찌를 가리키고 있다.
치밀했던 그는 포르나리나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상징하는 은매화 나무, 세속적 사랑을 의미하는 모과나무를 그림 곳곳에 배치해 모델과 화가가 연인 사이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포르나리나가 쓰고 있는 화려한 터번은 당시 로마의 부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머리장식으로 이 터번 위에 나비처럼 앉아있는 사각형의 루비와 진주로 세공한 머리핀은 라파엘의 ‘장신구 사랑’과 폭 넓은 지식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거대하고 깊어서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우리의 마음을 오래오래 지켜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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