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성공한 이유요? 배우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기 때문이죠.”
지난해 뮤지컬 배우 한지상(33)은 ‘인생의 작품’을 만났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4년간의 준비 끝에 올린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었다. 한지상은 이 작품에서 1인 2역의 주인공을 맡아 실력을 맘껏 드러냈다. 1막에선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로, 2막에선 죽은 앙리의 얼굴을 달고 새로 태어난 피조물 ‘괴물’로 열연했다.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지상이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스타급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13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지상도 “‘프랑켄슈타인’이 배우 한지상을 성장하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한데 모인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난 괴물’ ‘너의 꿈속에’와 같은 인기 넘버(노래) 등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고음 처리 넘버가 적지 않다. 또 다른 뮤지컬에 비해 ‘굳히기 장면’이라 불리는 클라이맥스도 여러 번 등장한다.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무대 스케일도 웅장하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총 89회 공연에 약 8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지상은 목이 남아날까 싶을 정도로 고음을 내질렀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몸을 던지며 연기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공연 전 고음에서 목이 쉬지 않도록 성대를 일종의 근육처럼 끊임없이 단련시켰다”며 “배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프랑켄슈타인은 성대 푸시업을 100번 하고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 중 한지상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2막의 ‘난 괴물’이다. ‘너희와 달라, 인간이 아냐, 그럼 난 뭐라 불려야 하나, 숨을 쉬는 나도 생명인데…’라며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이 넘버는 후반부의 고음이 포인트다. 그는 “노래가 끝나면 스태프들이 불 꺼진 무대에 지쳐 쓰러진 나를 끌고 나갈 정도로 지독히 힘들었다”며 “하지만 희한하게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MBC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무명 시절에는 설움도 겪었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배우 조정석(로저 역)의 커버 배우로 캐스팅된 그는 ‘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하차를 통보받았다. “연습실로 나갈 이유는 없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매일 출근하듯 연습실에 나가 배우들의 연기를 공부하듯 관찰했죠. 제작진이 며칠간 그 모습을 보시더니 다시 무대에 오르게 해주셨어요.”
그는 2012년 연출가 이지나의 제안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역을 꿰찼다. 그가 연기한 유다는 누구보다 섹시하고 흥겨운 유다로 화제를 모았다.
“마이크를 붙잡고 로큰롤풍의 음악을 신나게 불렀더니 제게 ‘흥지상’이란 별명이 붙었어요. 흥이 없어 잘린 적도 있었는데…. 노력하면 못 할 연기는 없단 걸 그때 깨달았죠.”
그는 프랑켄슈타인 재공연에서 배우 박은태, 최우혁과 함께 앙리 뒤프레·괴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한지상은 이번에 색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기계 안에 들어가 괴물이 되는 과정에서 왠지 머리가 하얘지는 변화가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프로필 촬영 때 분장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머리를 하얗게 칠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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