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3번기)에서 유연한 기풍의 조한승 9단과 다양한 공격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이 맞붙었다.
16일 열린 1국. 초반 우하귀 변화에서 실리를 도톰하게 챙긴 조 9단(흑)의 우세로 출발했다. 이 9단이 현란한 초식으로 조 9단의 우세를 뚫어보려고 했지만 조 9단의 깊은 내공에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막판 돌을 던진 시점에서 승부 차는 1집반 정도. 이 9단의 열화와 같은 추격에 바둑이 미세해지긴 했지만 조 9단은 한 걸음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217수 끝 흑 불계승.
태극권과 같은 조 9단의 바둑은 2%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9단의 공격만큼은 여러 차례 무력화시켰다. 전체 대국 승패는 18승 23패로 조 9단이 열세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 9단의 발목을 잡은 적이 많다. 특히 2009년 이후엔 7승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제57기 국수전이 대표적인 사례. 당시 이 9단은 국수였던 조 9단에게 도전했다. 이 9단이 2008년 휴직으로 국수 타이틀을 반납한 지 5년만의 도전이었다. 조 9단은 3연속 우승에 바라보고 있었지만 당시 국수위 보유 외에는 다른 기전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상황. 반면 이 9단은 명인전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국내외 기전 결승전을 여러 차례 진출하는 등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이 9단은 중국의 구리 9단과 우승 상금 500만 위안(당시 환율 약 8억5000만원)인 역사적 10번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바둑계에선 당연히 이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조 9단의 태극권에 속절없이 무너져 1승 3패로 도전에 실패했다.
조 9단은 2009년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쉽 4강전에서도 이 9단의 주저앉혔다. 멀리는 2000년 5월 당시 32연승을 질주하던 신예 이세돌 3단의 연승 기록도 중단시켰다.
바둑계에선 기풍상의 상극이 존재한다고 본다. 두 기사와 현재 국내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의 역대 전적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박 9단의 기풍은 침착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양면적 기풍이지만 침착한 쪽에 약간 더 가깝다.
이 9단은 박 9단에게 13승 6패로 큰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9단의 공격 초식이 박 9단에겐 통하는 것이다. 반면 조 9단은 박 9단에게 3승 7패로 열세. 조 9단의 유연한 태극권이 박 9단에겐 듣지 않는 것이다.
조 9단은 “이 9단의 바둑이 초반에 실패해도 싸움을 벌여 뒤엎는 스타일인데 내 기풍상 그런 싸움에 잘 말려들지 않고 지켜내는 면이 있다”며 “이 9단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이번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전자결정전 2국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리며 이 9단이 2국을 이기면 최종 3국은 19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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