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격/데이비드 브룩스 지음/김희정 옮김/496쪽·1만6500원·부키
명예 얻은 후 공허함 느낀 저자, 성공 아닌 성장하는 삶에 집중
내면 다져 결점 극복한 인물 조명
일찍 날아라. 그래야 남들보다 좋은 먹이도 잡는다. 열심히 노력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오늘도 모두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 열심히 공부한다. 스펙 쌓고 승진하고 성과를 낸다.
그렇게 부와 지위를 얻으면 만족스러운 인생일까? 오히려 허탈감이 밀려 왔다는 이들이 많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에 기고해온 칼럼니스트이자 신흥 엘리트 계층을 다룬 ‘보보스’ 등으로 미국에서 꽤 성공했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자기애에 빠진 떠버리가 되어 마구 내 생각을 쏟아내며 돈을 벌었다. 실제보다 더 영리하고 권위가 있는 척했다. 하지만 삶은 척박하고 공허했다. 이 책은 내 자신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썼다.”
저자는 그 방법론, 즉 어떻게 해야 공허함을 떨치고 내면 깊은 곳에 다다를지를 고민했지만 알 수 없었다. 이에 인간의 본성부터 연구했다. 인간은 ‘뒤틀린 목재(crooked timber)’, 즉 결함덩어리란 관점에서 이를 극복해낸 인물들을 탐구했다.
책에는 게으른 소녀에서 미국 최초 여성 각료가 된 프랜시스 퍼킨스, 반항적인 기질을 극복하고 중용의 대명사가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 무절제한 젊은 시절을 거쳐 ‘빈민의 어머니’가 된 사회운동가 도러시 데이 등 내면의 결함과 끊임없이 투쟁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의 공통점은 겸손과 절제였다. 아이젠하워의 경우 타인에게 분노와 증오가 생길 때마다 이를 표출하기보다는 일기장에 그들의 이름을 쓰고 봉했다고 한다.
저자가 제기하는 화두는 ‘왜 사회가 내적 성장을 무시하는 사회가 됐을까?’ 하는 것이다. ‘내가 그 누구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라는 ‘리틀 미(Little me)’ 문화가 ‘내가 이룬 것을 보라. 난 특별한 사람’이라는 ‘빅 미(Big me)’ 문화로 전환된 시기는 1940년대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194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긴장이 풀리면서 자기 억제에서 본능적으로 벗어나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기표현과 개성이 시대의 키워드가 된다. 이에 맞춰 인간 본성을 높이 평가하는 인본주의 심리학도 대두됐다.
1948∼54년 미국 고교생 1만 명에게 ‘자신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지 묻자 12%만 ‘예’라고 응답한 반면 1989년 같은 실험에서는 무려 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20년 사이 ‘나는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자기계발서, 졸업식 축사부터 영화, 소설까지 끊임없이 ‘너는 위대하다’ ‘한계를 거부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과장하기보다는 스스로 ‘뒤틀린 목재’라고 여기면서 내면의 단점과 투쟁하는 삶을 살아야 인생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 번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는 관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당신에게 삶은 성공 스토리인가, 성장의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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