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재킷으로 불리는 ‘봄버 재킷’ 복고패션 열풍 이끄는 일등공신 아웃도어 업계, 재킷과 패딩 섞은 세련된 디자인의 다운재킷 출시 직장인 겨냥한 캐주얼 외투도 인기 차분한 디자인에 편안함 갖춰
10대 시절, 항공 재킷을 입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남자들이 적잖다. 딱 허리춤에 걸리는 길이와 깃에 달린 짙은 청록색 털. 왼쪽 가슴에는 날개나 별을 형상화한 문양을 뜻 모를 영문이나 숫자가 두른 채 새겨져 있었다. 항공 재킷을 그저 입고 싶다는 마음에 저렴한 상품을 샀다가,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에 마음까지 무거워진 기억을 꺼내놓는 이들도 있다.
항공 재킷으로 불리는 봄버 재킷은 공군 비행사들이 입는 허리길이의 짧은 재킷 디자인을 응용한 옷이다. 이 항공 재킷은 올겨울 남성 외투 시장의 큰 축이다. 10대 시절의 로망을 기억하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 30대 젊은 층까지 겨냥한 항공 재킷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검은 색의 두꺼운 재킷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류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경량 소재를 사용해 두께를 줄였다. 패딩에 항공 재킷을 응용한 것도 있다. 항공 재킷을 비롯해 올겨울 남성의 패션을 마무리할 외투 트렌드를 정리해봤다.
항공 재킷을 앞세운 복고 열풍
올겨울 항공 재킷 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아웃도어 업계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과거 등산복 중심의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패션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 상품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도 소화할 수 있는 옷들이다. 항공 재킷도 그 중 하나다. 기존 아웃도어의 기능성에 항공 재킷 스타일을 도입한 덕분에 보온성이 뛰어나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코오롱스포츠가 출시한 ‘주노’ 시리즈가 있다. 이 상품은 겉감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주노’ ‘주노 스탠다드’ ‘주노 프리미엄’ ‘주노 리미티드’의 네 가지 스타일로 출시됐다. 주노는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길이감에 다양한 주머니를 장착해 활용도를 높였다. 네파의 ‘머큐리 다운재킷’은 항공 재킷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제품이다. 역시 가슴과 소매에 주머니를 적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광고 모델인 아이돌그룹 아이콘(iKON)과 협업한 ‘네파X아이콘 보머다운’도 항공 재킷 스타일이다.
컬럼비아가 만든 ‘클라우드캡 코브 다운재킷’은 전통적인 항공 재킷과 패딩의 중간쯤 되는 디자인을 갖췄다. 컬럼비아는 “소매와 허리의 시보리 처리로 찬바람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모자 부분에 인조 모피를 사용해 보온성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재킷은 정장 위에도 착용이 가능한 디자인이다.
애프터투(AFTERTWO)가 출시한 MA-1플라이트 점퍼는 전통적인 항공 재킷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1940년대 말에 개발된 공군 비행사용 재킷은 냉기를 차단하는 특수 나일론 소재에 겉에는 녹색이나 검은 색상을 사용했다. 안감에는 사고 시에 구출을 빠르게 할 목적으로 선명한 오렌지색을 사용했다는 특징을 지녔다. 애프터투의 MA-1 플라이트 점퍼는 이러한 스타일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여기에 특수 소재인 신슐레이트를 사용해 보온성을 보완했다.
신슐레이트는 현재까지 개발된 합성 소재 중 두께 및 무게 대비 가장 보온력이 뛰어난 소재라는 것이 애프터투의 설명. 일반 패딩보다 얇으며 같은 두께의 오리털 소재보다 1.5배의 보온력을 자랑한다. 물에 젖었을 때도 보온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건조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왼쪽 소매의 펜용 주머니 등 항공 재킷 디자인을 세심하게 살린 것도 눈에 띈다. ‘시리즈(series;)’의 ‘더 바머 파카’도 전통적인 항공 재킷 스타일을 살린 상품이다. 색상도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키색과 검은색 두 종류로 나왔다.
항공 재킷의 인기에서 보이는 올겨울 유행의 흐름은 복고풍이다. 여기에는 1980,1990년대 시대상을 익살스럽게 그린 TV프로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빈폴은 이에 착안해 1980,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더블 코트를 선보였다. 남성용 항공 재킷과 더블 코트는 여성용 오버사이즈 코트와 더불어 최근의 복고풍 인기를 대표하고 있다.
어디서나 어울리는 다용도 첨단 소재 외투
비즈니스 캐주얼용 외투도 올겨울 인기를 끌고 있다. 출퇴근 복장을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꾼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외투도 이에 맞는 제품이 나오는 것. 이들 제품은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일상생활은 물론 정장에 입어도 무리가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올젠에서 출시한 ‘테라노바(Terra Nova)’ 다운 재킷은,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팰컨 스콧이 테라노바 호를 타고 미지의 땅 남극에 첫발을 내디뎠던 것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제품이다. 올젠은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극한의 추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우수한 보온성을 지녔다”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의상과는 물론 정장 위에 입어도 잘 어울리는 재킷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는 남성적인 디자인에 다양한 주머니를 배치해 실용성을 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젠은 트렌치코트에 내피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놓았다. 무겁지 않게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 알맞다.
첨단 소재를 활용한 외투들도 신기술에 민감한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헨리코튼은 우주복에서 사용되는 아웃라스트(Outlast) 소재로 만든 코트를 출시했다. 아웃라스트는 우주탐사 시 변화무쌍한 외부 온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개발한 특수 소재다. 체온 변화에 맞춰 체온이 올라가면 주변 열을 흡수하여 액체 상태로 보관하고, 반대로 체온이 내려가면 가지고 있는 열을 발산해 고체화되면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브렌우드는 체열반사 소재로 보온성을 극대화한 ‘+W’를 내놓았다. +W는 따뜻한 보온기능(Warm)을 더(+)했다는 의미로 재킷과 코트 2종류가 있다. ‘알루미늄 히트(Aluminium Heat)’라는 신소재 안감을 적용했다. 알루미늄 히트는 체내 열을 몸 안쪽으로 다시 반사시켜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이나 전등의 적외선을 흡수해 열을 발산함으로써 보온성을 높인다.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을 불편해하는 남성 직장인이 좋아할 만한 외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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