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마치 우등생들이 ‘공부가 제일 쉬워요’ 하는 것처럼 곡 쓰는 게 쉬운 시절이 있었는데 누리꾼들 표현대로 중압감이든 스트레스든 미국병이든(웃음), 이렇게 쓰면 강남(스타일)보다 못할 텐데, 이렇게 쓰면 외국 분들이 못 알아들을 텐데…, 곡을 한두 마디 쓸 때부터 제 머릿속에 수많은 뱃사공이 있었습니다. 그 뱃사공들을 한 명으로 정리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하루아침에 월드스타가 된 사람이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8)의 지난 3년은 어땠을까. 3년 전 그는 “영화 ‘트루먼쇼’처럼 전 세계의 몰래카메라에 속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2012년 7월 낸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차지하고 말춤 바람으로 전 세계를 휩쓴 그를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3년 5개월 만의 새 앨범인 7집 ‘칠집싸이다’를 1일 발표한 그는 올백 머리에 정장 차림이었고, 늘 그랬듯 문어체의 달변을 주로 합쇼체 어미로 끝냈다. ‘강남스타일’은 ‘강남’으로 줄여 말했다.
“두 번 다시 ‘강남’ 같은 일은 없을 것 같고요. …(개구쟁이처럼 씩 웃으며) 걸리면 뭐 해보는 거고요.”
싸이가 이번에 내세운 2곡은 내수용 ‘나팔바지’와 수출용 ‘Daddy’다. 원색 위주의 색감과 B급 개그 코드의 뮤직비디오는 둘 다 ‘강남스타일’과 비슷하다. 작곡도 또다시 싸이와 유건형이 함께 했다. ‘나팔바지’는 DJ DOC 노래 같다. 들썩이는 펑키한 기타와 관악, 19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 의상, 팔다리를 앞뒤로 크게 지르는 안무가 주다. ‘이팔청춘/이판사판’ ‘도개걸윷모 중에 모 아니면 도, 레츠 고!’ ‘내 바지는 나팔바지’ ‘에헤라 뛰어!’를 반복하는 가사가 딱 싸이. “복고 펑키 댄스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맞는 키워드를 찾다 떠오른 게 나팔바집니다.”
‘Daddy’는 ‘강남’의 이란성 쌍둥이. 싸이는 영상에서 합성을 통해 본인, 유치원생 아들, 노년의 아버지까지 한 가족으로 동시에 등장해 웃긴다. ‘아름다워’ ‘오빠 달린다…아름다운 아가씨의 동반자’ ‘지금부터 선수끼리’ 같은 가사, 단단하고 쫀득한 클럽 비트. 분위기 전반이 ‘강남’과 겹친다. 안무의 양팔 날갯짓은 ‘새’를, 양옆으로 다리 구르기는 ‘강남’을 연상시킨다. 싸이는 “음악 틀어놓고 (뭔가 괜찮은 게) 걸릴 때까지 계속 췄다. ‘나팔바지’에선 복고 ‘패션 춤’과 ‘허슬 춤’을 결합시켰다”고 했다.
“15년 전에 꿈이 작곡가였는데 곡이 안 팔리니까 써둔 곡이 아까워서 가수로 데뷔한 겁니다. 강남 이후에 주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라고들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찾은 초심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가수가 된 나’입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신났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해온 15년입니다. 초심에 성실히 부합하는 앨범입니다. 잘 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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