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1962년) 관련 전시실에는 주연 여배우 수 라이언이 영화 속에서 착용한 선글라스 모양의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 놓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만으로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지 않을 핑계를 찾기 어렵다. 2016년 3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여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전.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지났지만 큐브릭에 비견할 만큼 독특하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의 족적을 남긴 영화인은 달리 찾기 어렵다.
이번 전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에서 2004년 기획해 호주, 프랑스, 미국, 브라질 등을 거쳐 온 순회전이다. ‘롤리타’(1962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 등 주요 작품별 관련 자료를 영화 속 이미지를 반영해 꾸민 각 공간에 진열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한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내부처럼 새하얗게 불 밝힌 전시실에 인공지능 컴퓨터 ‘할’의 모형, ‘우주용 소품’으로 쓰기 위해 덴마크의 유명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식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을 때마다 연상되는 유인원 분장 마스크와 뼈다귀 모형을 보여주는 식이다.
‘왜 지금 이곳에서 뚱딴지같이 스탠리 큐브릭이냐’는 의구심을 내려놓는다면 일단 볼거리는 풍성하다. 10년 넘게 순회전을 이어온 만큼 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회를 거듭하며 보강했다는 누적 자료의 분량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픽디자이너 솔 바스가 그린 ‘스파르타쿠스’(1959년) 스토리보드, ‘롤리타’ 개봉을 맞아 기독교 단체 대표가 보낸 항의편지와 이에 대한 큐브릭의 답신을 놓치지 않길 권한다. “사회에 유해한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항의에 큐브릭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를 심판하다니 놀랍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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