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쇼 ‘비밀 독서단’ 출판사에 비밀공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우리 출판사가 보낸 책 방송 나와”… 본보 기사 내용에 제작진 민감 반응
“더 이상 추천 안받아” 공문 보내

O tvN의 ‘비밀독서단’ 제작진이 출판사에 보낸 공문. 이를 두고 출판계 내에서 공문이 적절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O tvN의 ‘비밀독서단’ 제작진이 출판사에 보낸 공문. 이를 두고 출판계 내에서 공문이 적절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방송 준비 과정에서 (책) 주제에 대한 ‘추천 목록’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중략) 오히려 보내주시는 추천 목록은 논외 처리될 수 있습니다.”

최근 출판사들은 케이블위성 채널인 O tvN의 ‘비밀독서단’ 제작진으로부터 2장짜리 ‘업무협조 관련 고지’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내용은 “책 선정 과정에 특정 출판사가 개입된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명예단원과 제작진, 출연단원 외에 일체의 외부 추천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주제별로 책을 소개하는 북 토크쇼로 9월부터 방영된 ‘비밀독서단’은 곧 출판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백의 그림자’ 등 방송에서 소개된 책의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제작진이 출판사에 공문을 보낸 것은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11월 17일자 A26면)에 대한 해명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본보 기사는 “민음사 관계자는 ‘제작진의 요청으로 주제에 맞춰 우리 책 몇 권을 추천했다’고 했다”. “21세기북스 측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란 정보를 입수해 우리 책을 제작진에게 보냈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작진은 공문에서 “(보도 내용이) 특정 출판사와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방송 준비 중인 주제에 대한 추천 목록은 더이상 받지 않고 보낸 추천 목록은 논외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밀독서단’의 공문을 두고 출판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A출판사 관계자는 “‘어느 출판사가 자사 책을 프로그램에 로비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B출판사 편집자는 “공문 외에도 최근 메일이 와서 ‘비밀독서단’ 로고를 책 띠지에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표시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C출판사 관계자는 “솔직히 주제에 맞는 책을 추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안 고르면 그만인데 ‘추천 목록 책은 논외’를 운운하는 것은 갑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D출판사 관계자는 “투명성,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왜 ‘당신네 ○○책을 검토하겠다’며 공짜로 책을 보내 달라는지 모르겠다. 방송용으로 검토하는 책은 제작비로 구입하면 되지 않냐”고 했다.

‘비밀독서단’ 측은 “‘우리 책을 소개해 달라’는 민원이 출판사뿐만 아니라 제작진 주변 지인으로부터도 오고 있다”며 “투명성, 공정성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비밀 독서단#북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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