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없음’으로 채워진 소설… N포세대의 무력한 현실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첫 소설집과 장편 잇달아 낸 김엄지

‘아무 사건 없는 일상’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소설가 김엄지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무 사건 없는 일상’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소설가 김엄지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엄지 씨(27)는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신인 소설가다. 등단작 ‘돼지우리’가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탈 때 “작가도 통제하기 힘들었음이 분명한 언어들의 난장이 매혹적”이라는 심사평을 받은 이래 발표작마다 관심을 모았다.

첫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문학과지성사·위)와 장편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민음사·아래)를 잇달아 낸 그를 최근 만났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인물,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그냥 있는’ 게 그의 소설이다. 그런데 그 ‘별 얘기 없는’ 내용이 빠르게 읽히면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김 씨에게 뭘 말하려는 것인지 물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걸 겪어야 했다. 현실이 힘들더라. 그러다 보니 소설 속에서 격렬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단편 ‘영철이’의 주인공 김영철은 아내에게 ‘없을 무’ 같은 인간이다. 먹는 무면 먹기라도 하겠지만 그에겐 자신만의 의견도 없고, 아이도 없는 데다 직장마저 없어진다.

표제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산으로 간 ‘그’가 바위를 기어오르고 넘어 다이빙하기 좋은 계곡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마침내 계곡을 찾긴 하지만 정작 다이빙은 하지도 않은 채 소설은 끝난다. 장편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에선 주인공 E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그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가. 행동을 할까 하다가도 마음을 접게 되고. 사회가 돌아가는 게 나와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김 씨 소설의 ‘사건 없음’은 연애, 결혼, 취직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젊은이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도서관에서 배수아 씨의 장편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읽은 게 처음으로 책을 완독한 경험이었다. 이후 도서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작가의 꿈이 생겼다. 조선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선 습작마다 칭찬을 받았다. 김 씨는 “요즘은 ‘없음’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찾는다는 느낌이다. 새 장편을 쓸 계획인데, 겁내거나 회피하지 않고 사건과, 세상과 부딪쳐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김엄지#사건 없음#돼지우리#n포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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