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싸이와 주윤발이 만난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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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가장 높은 118층 국제무역센터 주변에 고급스러운 주상복합건물이 있다. 어마어마한 부자들이 산다는데 쇼핑몰 슈퍼에 가면 한국산 애호박과 떡볶이 재료부터 김치 깍두기까지 없는 게 없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별 그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 얘기다.

▷CJ E&M 주최로 그제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1만여 관객이 모인 가운데 아시아 최대 음악축제인 2015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가 열렸다. 시상식과 케이팝 공연을 겸한 행사를 16개국 생방송을 포함해 온라인 모바일로 전 세계 24억 명 이상이 지켜봤다. 빅뱅 엑소 등 아이돌 스타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아시아 관객들이 한국말로 ‘떼창’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전율이 느껴졌다.

▷2009년 첫발을 뗀 MAMA는 글로벌 대중문화계의 빅 이벤트로 성장했다. 화려한 축제에 어울리지 않는 옥에 티도 있었다. 수상자 소감이 어찌 그리 천편일률적일까. 기획사의 회장님, 사장님, 프로듀서, ‘선후배 가수님들’에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한테까지 줄줄이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SM 이수만, YG 양현석, JYP 박진영 씨에게 제발 그들의 못 말리는 애사심을 말려 달라고 사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행사는 밤 12시 가까이 끝났으니 그 많은 10대 팬들이 집에는 잘 갔을지 걱정이 됐다.

▷마무리는 신곡을 내놓은 글로벌 스타 싸이와 ‘영웅본색’ 등으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한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의 만남이 장식했다. 케이팝과 다른 장르, 한국과 중화권 문화의 융합으로 더 큰 열광을 끌어내는 걸 보니 이젠 한류가 대한민국을 알리는 미끼상품을 넘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 식민지 역사로 인해 서구 문화에 길들여진 아시아인의 편애를 바로잡는 것,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문화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 바로 이런 상생과 공존이 ‘별 그대 효과’를 뛰어넘는 ‘MAMA 효과’ 그리고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홍콩에서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홍콩#mama#주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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