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불평등의 역습… 성장 지상주의에서 깨어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류동민 주상영 지음/336쪽·1만8000원·한길사

영화 ‘내부자들’을 최근 봤다. 영화에서 재벌과 정치권, 언론의 유착 고리를 이끄는 힘은 단연 돈이다. 검사 출신 장필우 의원은 미래자동차 오 회장에게 “부리기 쉽다”는 이유로 간택을 받고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통과한다. 장필우는 내부자끼리의 끈적한 모임에서 오 회장에게 “비정규직 법안을 목숨 걸고 막고 있다”고 보고한다. 충견이 따로 없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살길은 막막하다. 분배의 정의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저자들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신자유주의 국가들이 성장 지상주의가 주는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이를 키우면 결국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는 논리는 현실에서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가 정상적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이 책이 주장하는 바다.

이 책은 부록에 ‘한국의 피케티 비율’을 실을 정도로 소득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영향을 꽤 많이 받았다. 최근 발간된 ‘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이나 이번 주에 나온 장하성 교수의 신간 ‘왜 분노해야 하는가’(헤이북스)도 피케티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아 ‘돈이 돈을 낳는’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저자들의 해법도 세제 등 사회·제도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피케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근로자별 임금 격차에 대한 저자들의 인식이 대표적이다. 임금은 시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전제는 잘못됐으며 사회, 정치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정책이나 제도의 영역에서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화폐이론)과 비주류 경제학(마르크스 노동가치론)을 각각 전공한 저자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내부자들#토마 피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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