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겨울인데, 옷장을 열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지?’ 올해 겨울엔 한 번 사두면 한동안은 걱정 없이 꺼내 입을 수 있을 옷 한 벌을 큰맘 먹고 사야겠다고 결심한 당신, 쇼핑 레이더망을 열심히 돌린다. 품목은 프리미엄 패딩. 극지 탐험할 때 혹은 캠핑할 때나 꺼내 입어야 할 것 같은 일반적인 패딩과 달리 요즘 유행하는 프리미엄 패딩(일명 ‘프패’)은 학부모 모임에 갈 때도, 쇼핑 갈 때도, 놀러갈 때도, 출근할 때도 한 벌로 다 통한단다. 한마디로 겨울 내내 어느 자리 어느 곳에서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일명 도심형 패딩을 지향한단 말씀. 그 대신 가격대는 ‘프패’란 명칭만큼 고가다. 대략적인 예산은 200만 원대. 나도 ‘프패’ 한 벌쯤 가질래, 하는 마음의 결심과 연말에 통 크게 스스로에게 투자할 예산까지 확보가 됐다면 요즘 가장 핫한 프리미엄 패딩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Q섹션이 독자들을 위해서 가장 인기 있는 프리미엄 패딩의 핵심 정보만 쏙쏙 뽑아서 정리했다. 각 브랜드 담당자들의 ‘매우 주관적인 우리 제품 자랑’은 덤. 》 ●버버리 ‘셀럽 패딩’
겨울마다 불티나게 팔리는 프리미엄 패딩 중 하나로 단연 버버리 패딩을 꼽을 수 있다. ‘셀럽 패딩’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 패딩이 몇 년 전 탤런트 김희애가 방송에서 입고 나온 이후로 일명 ‘김희애 패딩’으로 불리면서 동이 나는 기염을 토한 적이 있기 때문. 원래 트렌치코트로 유명하던 버버리는 이때 이후로 겨울마다 부는 프리미엄 패딩 열풍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김희애 패딩’이라 불리는 제품의 정식 명칭은 ‘버버리 퍼 트리밍 다운 필드 코트’라고 한다. 매장 정가는 210만 원. 이 제품과 디테일만 조금 다를 뿐 거의 흡사한 핏을 가진 ‘퍼 트리밍 후드 다운 필드 패딩’(280만 원)도 인기가 많은 베스트 모델 중 하나다.
버버리 패딩의 인기 비결은 뭘까. 홍보담당자 A 씨의 말이다.
“여자들이 패딩 입을 때 제일 걱정이 두툼해서 뚱뚱해 보인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 제품은 허리 벨트가 있어서 항상 늘씬한 핏을 유지해줘요. 얇은데도 불구하고 충전재가 잘 들어가 있어 따뜻하고요. 무엇보다도 소재.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히 벨트나 단추에 들어간 디테일들이 엄청 고급스러워요. 후드나 후드에 트리밍된 털이 탈부착이 돼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연출도 가능하답니다.”
버버리 패딩을 주로 찾는 이들은 누구일까. 20대부터 많게는 50, 60대까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무난한 디자인이지만 ‘김희애 패딩’이라 불리는 다운 필드 코트는 유행에 민감한 20, 30대 같은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몽클레르 ‘강남맘 패딩’
서울 강남의 학부모 모임에 가면 강남맘들이 거의 단체복처럼 입고 있다는 바로 그 몽클레르.
프리미엄 패딩 붐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어서 고급스러운 패딩 한 벌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구매 후보에 올려놓고 저울질해 보게 되는 브랜드다. 강남에서는 이 옷 없으면 애들 라이딩도 못해준단 말이 돌았을 정도. 어쨌든 대한민국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에서 그만큼 핫한 옷이란 뜻.
프리미엄 패딩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뭘까. 브랜드 담당자 B 씨의 설명은 이렇다.
“패딩 디자인이라고 하면 사실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들 하게 돼요. 하지만 몽클레르는 컬렉션 라인도 있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매 시즌 협업을 하는 등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단 점이 도중에 인기가 조금씩 꺾이기 시작한 브랜드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인 것 같아요.”
가장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 제품은 ‘몽클레르 제네브리에뜨’(257만원)로 원래는 후드에 라쿤털이 있었으나 올해부터 폭스로 대체됐다. 올해 주력으로 내놓은 제품은 나일론 라케 소재를 사용한 다운 재킷 ‘벨레뜨’. 너무 흔하게 보이는 ‘몽 스타일’이 싫다면 이걸로 시도해보자. 광택감 도는 소재에 폭스 퍼 후드 장식이 고급스럽다. 가격은 273만 원. ●에르노 ‘청담동 패딩'
에르노는 일명 ‘청담 패딩’이라고 불리는 프리미엄 패딩계의 신흥 강자다. 이탈리안 감성을 반영한 브랜드로 그레이, 베이지 등 은은한 파스텔 톤을 시그니처 컬러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강남, 특히 ‘청담동’이라고 불리는 특수 지역을 중심으로 붐이 일어났고 이후 각 백화점들이 자체적으로 수입해온 물량을 선보이고 있다.
‘청담 패딩’이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주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고가란 뜻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지방에는 매장이 없어 구하기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한 백화점에서 에르노 수입을 담당하고 있는 C 씨가 보는 이 브랜드의 장점은 이렇다.
“패딩은 사실 구스가 충전된 패딩백을 넣어야 돼 무거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에르노는 깃털을 원단 안에 주입하는 방식을 써서 솜털 함량은 높은 데 비해서 매우 가벼워요. 다른 브랜드와 가장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고요. 분명히 잠바인데 잠바 같지 않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달까, 어느 자리에서 입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도 이 제품이 청담 패딩으로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고요.”
올해 인기 제품은 ‘캐시미어 실크 혼방 폭스퍼 코트’로 331만 원. 원래 이 제품보다 가격은 173만 원으로 더 저렴하고 소재는 일반적인 패딩 소재인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미 11월 완판됐다고 한다. 비슷한 스타일을 찾는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는 게 브랜드 담당자의 말. 가격대가 있어서인지 구매 연령대는 40, 50대 사모님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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