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도 “독서에 열중해야 한다”며 진학을 미루고 절에 들어가 책 300권을 읽었다. 법조계에서 독서광으로 소문난 신간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와이즈베리)의 저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얘기다.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벌레’를 만드는 데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책은 저자가 읽은 책에서 인용한 명문장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토막토막 너무 짧다. ‘많은 사람이 범한 잘못은 처벌할 수 없다’(신영복 ‘강의’). 이런 식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누군가 발라준 생선살만 먹는 격이다. 저자나 출판사는 독서는 비린내 나는 생선살 자체를 바르는 과정이라는 걸 망각한 걸까. 세상 잡다한 재미를 물리치고 온 힘을 다해 지면 속으로 빠져드는 혹독한 과정이 독서다. 산산이 부서진 명문장들이 어떤 지식이 될 수 있을까. 토막시간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다고 생선살이 내 살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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