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행적은 잘못 알려진 정보… 난 표현의 자유 지지하는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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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씨 취임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관장으로 14일 임명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관장으로 14일 임명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국현)에 내가 줄 수 있는 최대 자산은 30여 년간의 다양한 ‘경험’이다. 하지만 해외 유수 미술관의 운영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겠다. 예술과 사회를 이어낼 새로운 시스템을 찾겠다.”

국현 개관 42년 만의 첫 외국인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49·스페인)이 14일 취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그는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를 또박또박 읽으며 말문을 열었다.

“나는 한국 예술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몇 작가의 열렬한 팬이다.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전시를 접했다. 항상 가능한 최선과 최고의 선택을 지향하는,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

두 달 전 유력한 국현 관장 후보로 소문이 나면서 불거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직 사임 직전의 ‘전시 검열 행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잘못 알려진 정보다. 나는 예술에 대한 검열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미술관 운영 책임자로서 전시 일정을 그르친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거다. 내 뜻을 거슬러 해임됐다고 알려진 큐레이터들은 내가 사임하고 나서 8일 뒤에 해고됐다. 내게는 이미 그들을 해고할 권한이 없었다. 최근 한국 예술계에서 내 관장 선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일었다고 들었다. 애석했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도 적잖다.”

그는 2010년 ‘한국-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전’을 기획하면서 국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미술계의 히딩크를 기대하는 시선이 있다”는 질문에 마리 관장은 “부담스럽다. 미술관 운영은 축구 경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금의 한국 예술계가 보완해야 할 미비점에 대해 묻자 마리 관장은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예술만의 내러티브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에 한국 예술을 알리기 위한 선결 과제다. 개별적으로 유명한 작가와 작품은 적잖은데, 하나로 꿰어낼 스토리가 부족하다. 오랜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탬이 되도록 애쓰겠다. 임기 3년을 마친 뒤 미술관을 찾아온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바르토메우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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