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3대 뮤지컬 빛내는 ‘최고 캐스팅’… 과연 ‘명불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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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별 공연 직접 보고 비교해보니…

1년 중 12월은 ‘뮤지컬의 빅뱅기’라고 불린다. 평소 발길이 뜸한 중장년층 관객도 송년회를 겸해 공연장을 많이 찾다 보니 여러 화제작이 몰리는 대목이다. 올해도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이 2년 만에 무대에 올랐고, 국내 창작뮤지컬 중 최고 흥행작인 ‘프랑켄슈타인’과 ‘베르테르’까지 성찬(盛饌)이 차려진다. 뮤지컬은 보통 주연을 2, 3명이 번갈아 맡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어느 작품을 봐야 할지와 함께 누가 캐스팅된 공연을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세 작품을 캐스팅별로 총 9번을 보고 비교해 봤다.

프랑켄슈타인 ‘빅터’ 전동석, ‘괴물’ 한지상
프랑켄슈타인 ‘빅터’ 전동석, ‘괴물’ 한지상
○ 창작 뮤지컬의 흥행 신화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중장년층보단 20, 30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6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화려한 무대세트가 눈을 즐겁게 한다. 신체접합술의 1인자 ‘앙리 뒤프레’와 어머니를 잃은 뒤 시체를 되살리는 일에 집착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우정과 희생, 빅터에 의해 탄생한 괴물의 복수 등이 주요 줄거리다. 앙리·괴물 1인 2역에는 한지상 박은태 최우혁이 캐스팅됐고, 빅터 역은 전동석 유준상 박건형이 번갈아 맡는다.

냉혈한 빅터 역을 가장 잘 소화해낸 배우는 단연 전동석이었다. 시체를 되살리는 실험에 몰두한 1막에서 그는 ‘광기 어린 눈’으로 냉정하고 차가운 빅터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상대역 줄리아가 빅터를 묘사하며 ‘왜 너의 눈엔 증오만 가득하나’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배우는 전동석이었다. 가창력도 두드러졌다. 그에 비해 유준상과 박건형의 빅터는 보다 인간적인 냄새가 강했다. 앙리와 괴물 역을 열연한 세 배우는 고른 기량을 선보였지만 가장 괴물을 잘 표현한 건 한지상이었다. 창조자는 물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뒤 울부짖으며 부르는 넘버 ‘난 괴물’에서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독보적이었다. 괴물이 갓 태어난 뒤 팔다리가 관절별로 따로 노는 대목도 가장 실감나게 표현했다. 데뷔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은 최우혁은 풋풋함과 탄탄한 가창력이 눈에 띄었지만, 연기력에선 신인 티가 났다. 내년 2월 2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4만 원. 1666-8662

베르테르 ‘베르테르’ 조승우, ‘롯데’ 전미도
베르테르 ‘베르테르’ 조승우, ‘롯데’ 전미도
○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베르테르’

베르테르는 중장년층의 만족도가 더 높은 작품이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따뜻한 느낌으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질 수 없는 ‘롯데’를 향한 사랑에 괴로워하는 베르테르 역에는 조승우 엄기준 규현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종합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베르테르는 조승우였다. 하지만 배우로서 매력적 연기를 선보였던 전작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와 비교했을 때 조승우만의 매력이 크게 빛나진 않아 아쉬웠다. 엄기준은 ‘금방 사랑에 빠지는’ 베르테르를 보여줬다. 롯데에게 약혼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뒤 동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펑펑 우는 그의 모습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감났다. 하지만 조승우와 규현에 비해 가창력이 가장 아쉬웠다. 규현은 가장 풋풋한 베르테르를 그렸지만 연기보단 그냥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모두가 사랑하는 여자 ‘롯데’는 배우 전미도에게 딱 맞는 역할이었다. 전미도는 외모가 아닌 연기력으로 롯데가 왜 사랑받는 여자인지 보여줬다. 내년 1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2만 원. 1544-1555

레미제라블 ‘장발장’ 정성화, ‘판틴’ 조정은
레미제라블 ‘장발장’ 정성화, ‘판틴’ 조정은
○ 명불허전 명작 ‘레미제라블’

경쟁작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배역별 어떤 배우를 골라 보더라도 실망할 배우의 조합은 없었다. 또 이전 공연보다 확대된 무대 세트는 객석과 무대의 간격을 좁혀 만족도를 높였다.

장발장 역은 2년 전 국내 초연 무대에서 원캐스트로 활약한 정성화와 일본 무대에서 ‘장발장’을 연기한 양준모가 번갈아 맡는다. 둘 다 손색없는 기량을 보이지만 정성화가 더 무게감을 주고 연기력도 앞선다. 특히 1막 초반 장발장의 연기로만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 부분에선 정성화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폭발력이 인상적이었다. 판틴의 경우 조정은이 전나영보다 원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자베르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준현과 김우형은 모두 냉철하지만 장발장의 인간적인 면에 흔들리는 자베르 역을 훌륭히 연기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민우혁(앙졸라) 임기홍(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아내)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작품의 격을 높였다. 내년 3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 원. 1544-1555

프랑켄슈타인

별점: ★★★★☆

한 줄 평: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 너와 함께 난 괴물 등 킬러 넘버들이 수두룩하다.
추천 캐스트: 빅터 프랑켄슈타인-전동석, 앙리 괴물-한지상
관전 포인트: 모든 주연 배우가 1인 2역 도전. 같은 배우의 다른 배역을 찾아보는 재미.

베르테르

별점: ★★★☆☆

한 줄 평: 베르테르를 맡은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추천 캐스트: 베르테르-조승우, 롯데-전미도
관전 포인트: 실내악 연주에 맞춰 배우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넘버들.

레미제라블

별점: ★★★★★

한줄평: 티켓 값이 1원도 아깝지 않다. 간만에 만난 완성도 높은 작품.
추천 캐스트: 장발장-정성화, 판틴-조정은, 자베르-김준현, 김우형
관전 포인트: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송스루 뮤지컬의 묘미.

※만점은 ★ 5개.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프랑켄슈타인#베르테르#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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