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휴대전화 벨소리로 유명한 타레가의 ‘그란 발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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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가
지난주 스페인 중부와 남부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고,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에서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관람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에서 ‘살아있는 리골레토’로 불리는 73세 바리톤 레오 누치가 부르는 리골레토는 굉장했습니다. 질다 역을 맡은 올가 페레탸트코와 함께 부른 2막 2중창은 청중의 열렬한 갈채에 응답해 다시 한 번 불러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흘렀습니다만, 11일 7년 만에 찾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군주의 성이었다가 기독교 정복 뒤 서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덧붙여진 언덕 위의 아름다운 궁전을 보고, 타레가는 기타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썼습니다. 같은 음이 빠르게 반복되는 트레몰로 주법이 인상적인 곡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성지’와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타레가의 작품 중 더 널리 퍼진 선율이 있습니다. 1902년 작곡한 ‘그란 발스’라는 곡입니다. 제목이 생소하죠? 이른바 ‘노키아 벨소리’로 알려진 곡입니다.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는 1994년부터 이 곡의 선율 일부를 이 회사의 전화기에 넣었고, 이는 곧 세계인에게 친숙한 선율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선율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2년에는 루마니아의 한 비올리스트가 객석에서 이 벨소리가 들리자, 이 벨소리를 받아서 즉흥연주를 하는 영상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12월 15일)은 타레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6년 되는 날입니다. 그는 기타가 가진 기교적인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 당대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블로 사라사테와 비교되며 ‘기타의 사라사테’로 불렸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기타리스트를 넘어 기타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그란 발스’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그란 발스#타레가#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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