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 인간의 출현은 정말이지 너무 최근의 일이라는 점이다. 지구의 역사 45억 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인간의 선조인 유인원의 출현이 500만 년 전 즈음, 지금의 우리 모습을 한 종이 나타난 것은 20만 년 전, 그리고 인류가 문명을 일으켜 지금의 우리가 된 것은 고작 6000년 전쯤의 일이다. 또 우리가 아직도 비밀을 풀지 못하고 있는 공룡이 이 지구에 살았던 시기는 6500만 년 전이다. 그런데 공룡도 나타나기 전인 3억3000만 년 전 지구는 어땠을까? 이때의 지구는 땅덩어리가 하나로 붙은 거대한 판의 형태였고 지면은 지금처럼 딱딱한 흙이 아니라 질척이는 늪이었다. 4∼5m 깊이의 늪 속에 살았던 생명체는 양서류가 대부분으로 아직은 포유류의 등장도 없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3억3000만 년 전에 살았던 식물이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면 어떨까? 공상 과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그때의 그 식물인 은행나무와 고사리가 아직도 이 지구에서 우리의 아주 가까이에 살고 있다.
특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고사리는 아직도 3억3000만 년 전의 방식대로 씨가 아닌 포자를 바람에 날려 번식한다. 그런데 이 고사리를 막연하게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아 있는 생명체로만 보기에는 우리 인류와의 연관이 너무나 깊다. 고사리는 땅에 묻혀 시간이 흐르면 일종의 ‘피트’라는 토탄이 된다. 이 토탄은 숯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불을 붙이면 타는 성질이 뛰어나다. 토탄이 다시 아주 긴 시간 동안 엄청난 힘에 눌리게 되면 딱딱하게 굳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질인 석탄으로 변화된다.
인류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것은 청동기 시절부터로 추정한다. 고대 로마인들도 목욕물을 덥히는데 이 석탄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용들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본격적으로 인류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것은 1700년대의 일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쓴 작가 대니얼 디포가 영국을 여행하며 쓴 여행기에 ‘사람들이 끝도 없이 석탄을 캐내고, 캐낸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때 캐낸 석탄은 인류의 삶을 바꾸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도 이 석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고, 산업혁명 역시도 석탄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석탄이 인류를 희망으로만 이끈 것은 아니었다. 1952년 영국의 수도 런던은 석탄을 태운 연기가 저기압 현상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몇 주간 하늘을 덮으면서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게 만든 대형 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석탄의 고갈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인류가 캐낸 석탄은 무려 200만 년 동안 고사리와 다른 식물들이 만들어낸 양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도 인류는 이 지구의 역사 속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한 진화와 변화를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 속도에 따른 부작용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 그중에는 인류가 만들어낸 환경오염으로 하루에도 수십 종의 식물이 사라지는 것도 포함된다. 지금의 미국 뉴욕 인근에서 살았던 원주민 연합족인 이로쿼이인들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려 할 때 지금만이 아니라 7세대까지의 후손을 생각하는 판단을 하는 부족의 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987년 노르웨이 총리였던 브룬틀란은 이로쿼이인이 결정해 왔던 7세대를 배려하는 판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녀의 제안은 이 지구의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자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삶의 방식이 반드시 미래 후손들도 좋아할 수 있는 결정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고사리가 언제까지 이 지구에서 살아가게 될지, 어쩌면 인류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이 지구에서 살게 될는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도 없다. 다만 이로쿼이족이 그러했듯이 지금의 우리 결정은 반드시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 더 나아가서는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겨울이 깊어가는 요즘, 고사리는 건조한 실내를 잘 지켜주는 고마운 식물이기도 하다. 시중에 고사리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은 10종이 넘는다. 실내에서 살기에 적합한 종도 있지만 실내 상황을 못 견디는 것도 있으니 구입할 때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 고사리인지를 꼭 묻는 것이 좋다. 어쨌든 공통적으로 빛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메마르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으니 뿌리와 잎이 마르지 않도록 물 주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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