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계에서 몸이 아닌 입으로 독보적 역할을 하는 재주꾼이 있다. 수십 년 전국을 누비며 초야에 묻힌 춤 명인들을 찾아 무대에 세우는 걸 업으로 삼아온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51)이다.
지난해 토크콘서트를 열어 9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킨 그가 1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문화의집에서 토크콘서트 ‘사무치다’를 갖는다. 이번 공연에선 기생, 무당, 한량, 광대 출신 전통 예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그들을 무대에 세운 과정을 전한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진 감독은 지루할 틈 없이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진 감독은 “3분 이상 재미없는 말을 하는 건 죄악”이라면서 “과부였던 할머니가 재담꾼이었던 영향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가 어릴 때 할머니에게 배운 ‘어르신 화법’은 초야의 명인에게 잘 통했다.
“기생 출신 어르신 중에 숨은 명인이 많은데 그들에게 무대에서 춤을 추자고 하면 백이면 백 거절하죠. 근데 싫다고 해도 100% 싫은 게 아니에요. 행간을 잘 읽어야 해요. 하하.”
그는 2005년 ‘전무후무’ 무대에서 민살풀이춤을 춘 장금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았다. 12세에 기생인 된 장금도는 전북 지역에서 민살풀이춤을 가장 옛 형태에 가깝게 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가 기생 출신인 것이 알려지는 게 싫다’는 아들의 반대에 재주를 숨기고 오랜 시간 살아왔다. 진 감독은 “진정한 명인이었던 장금도 할머니를 무대에 세우고 그 공연을 통해 아들과 60년 만에 화해시켰다”고 말했다.
“100분 동안의 ‘사무치다’는 전통 무용에 미쳐 전국을 나돈 한 사내의 이야기인데 예능프로그램 못지않게 재미나다는 것은 장담합니다. 하하.” 5000원. 02-301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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